금융투자업계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신흥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이 투자에 찬스일 수 있다. K-팝은 정치인이 부흥시킨 게 아니다. 순수민간의 작품이다. 이제 금융한류를 조심스레 꿈꿔본다.
얼마 전 만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재미난 얘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한국인만큼 창조와 모방, 모방과 창조에 뛰어난 민족은 없다는 것이다.
그 예로 골프에서 게임으로 흔히 하는 ‘뽑기’를 들었다. 막대 다섯 개를 이용하는 뽑기가 유행한 지 불과 얼마 만에 숱한 방식이 새롭게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젠 골프 시작 전에 뽑기 룰을 세팅하느라 족히 몇분(?)이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랍고 재미난 게임으로 골프의 뽑기를 꼽은 경우도 있다.
이 운용사 대표는 이처럼 창조와 모방에 뛰어난 한국이 금융산업에서 언젠간 제조업이나 K-팝(Pop)처럼 한류바람을 일으킬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현주소는 아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150개 금융기관 CEO를 대상으로 ‘금융산업 미래와 경쟁력 강화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을 100점이라고 할 때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은 평균 66.3점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69.3점으로 가장 높고, 증권(62.8점)과 자산운용(60.8)이 꼴찌다. 이는 세계 15위라는 경제규모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 규모의 영세성, 국내 시장 중심의 단순한 수익구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발표한 ‘2013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가 세계 148개국 중 81위를 기록했다. 1년 만에 10계단이나 추락한 것이다.
업종 간 도토리 키재기지만 금융투자업계가 상대적으로 더 낙후한 것은 글로벌 금융으로 나아가는데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금융은 제조업 위주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서비스 산업이다. 고부가가치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간에서 ‘금융 한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허브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대에서 가진 채용설명회에서 “다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산업으로 금융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1등인 대한민국의 제조업이 다음 세대까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이 필수인 금융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이 강연한 이날 주제는 다름 아닌 ‘우리의 꿈’이다. 그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금융투자업계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전략을 쓰면서 말이다. 아시아 신흥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에 찬스일 수 있다.
K-팝은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부흥시킨 게 아니다. 순수 민간의 작품이다. 이제 금융한류를 조심스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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