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을 바꾼 한마디-황현> “나라 망하는 날, 죽는 선비 하나 없어서야”
요즘처럼 가을이 시작된 1910년 9월 8일. 평생 글을 써온 선비가 마지막 문장을 시작했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역사 헤아리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만 하구나”. 절명시(絶命詩)를 쓴 다음, 이튿날 소주에 아편을 섞어 마신 뒤 유언을 남긴다. “나라가 선비를 기른 지 오백년이나 됐는데 나라가 망하는 날 죽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야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그리고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열흘 전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이 사라지자, 구한말 3대 문장가 중 한 명으로 매서운 붓으로 유명한 황현은 자결했다. 특히 절명시는 ‘글 아는 사람(지식인)’의 책무를 언급할 때 울림이 큰 문구다.

역사교과서를 놓고 ‘역사전쟁’이 다시 점화됐다. 진보ㆍ보수 시각이 다르지만, 몇 가지 사실로 일제강점기가 한국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다. 나라 뺏긴 슬픔만으로 절명을 택한 선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