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로 일본 내부가 시끄럽다.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직후의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참석, 방사능 오염수는 도쿄 올림픽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 심상찮은 것이다.
문제의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과 복구 전문가들이 아베 총리의 말을 비웃은 데 이어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10일 한국 취재진들에게 “원전 오염수를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실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긴급히 대처해야 할 과제라며 2차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 지하수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스트론튬이 검출되기에 이르렀고, 반경 20㎞ 바다에서는 세슘 농도가 최대 20배 높은 곳이 수십곳이나 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일본 정부와 도쿄 원전의 늑장대처다. 도쿄전력 측은 2011년 원전폭발 사고 이전부터 하루 850t씩 지하수가 원전 밑으로 흐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자로 파괴 시점부터 핵연료가 줄줄 바다로 새 들어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지진 발생 후 2년 반이 지나서야 원자로와 지하수를 차단하는 통로벽, 오염된 지하수의 외항 확산을 억제하는 차수벽 등을 설치하겠다고 하고, 또 지난 3일에서야 예산 470억엔(약 5170억원)을 투입하겠다며 뒤늦게 호들갑을 떤 아베 정권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지진과 가공할 쓰나미, 그로 인한 원전폭발 등 일본 동부를 거덜 낸 미증유의 대재앙은 분명 천재지변이다. 그러기에 국제사회는 인류애로 위로와 구호로 힘을 보탰고 일본열도는 일단 일어났다. 그러나 이후 터진 최악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태는 일본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빚어 낸 인재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물론 뜻있는 국민들은 아베 총리가 국익 우선에 눈멀어 거짓말쟁이 노릇까지 마다않고 있다며 불만이다.
일각에선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출사태가 북한 핵 못지않게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북한 핵은 불가측 위험성이 높지만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는 있다. 그러나 후쿠오카 방사능 오염수는 언제부터 얼마만큼 퍼져나갔는지, 또 앞으로 언제까지 침묵의 살상물질로 국제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과 아베 총리의 대오각성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