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8일간의 러시아ㆍ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이 꼬인 정국을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그 핵심은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과 국정원 개혁문제다. 12일로 천막 농성 43일째를 맞은 민주당은 독대를 원하면서도 여당대표를 포함한 3자 회동도 내용에 따라 수용하겠다는 자세다.
새누리당 중진들이나 최고위원들까지 이제 청와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여당 내 친이계 좌장격인 정몽준-이재오 두 의원은 여당의 대화 노력 부족과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민주당 천막당사를 찾기도 했다. 6선의 이인제 의원 역시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회담하자고 요구하는 게 지나친 것은 아니라며 조건 없는 만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난국을 타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정도에 이르렀으면 이제 박 대통령이 나서는 게 맞다.
회담 형식을 놓고 청와대까지 또 티격태격하면 국민적 실망만 커진다. 갈등이 지속되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순리에도 맞다. 박 대통령이 주문한 국정원 자체개혁에 정치권이 요구하는 내용을 절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다만, 대공수사권을 검ㆍ경에 이관하자는 야당 주장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국내 정치와 차단벽을 공고히 하는 대신 대북이나 대외, 산업정보 보호 등으로 영역을 더 심화 확대하는 것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 옳다. 야권은 국정원을 완전타파 대상으로 다루기에 앞서 국익이 뭔지부터 먼저 보기 바란다.
민주당이 천막을 거둬들이도록 명분을 주는 것도 결국은 통치의 연장선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 그 무엇도 이뤄내기 어려운 것이 정치 현실이다. 각종 서민대책의 입법화는 물론이고 부동산 활성화 대책 핵심이 죄다 법 개정 사안들이다. 일자리 창출도 창조경제 기반 구축도 마찬가지다. 새해 예산안을 놓고 심하게 어깃장을 놓으면 국정 차질만 더 커진다.
민주당 김 대표도 박 대통령이 결단하면 진정으로 국정에 협조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여야 원대대표단이 모처럼 만나 말문을 튼 것은 다행이다. 민주당은 제1야당이자 국정 파트너로서의 책무를 다 하겠다는 각오로 털고 일어나야 한다. 마치 과거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나 트집으로 일관하면 되레 스타일만 더 구긴다. 서로 조율과 양보의 미덕을 솔선함으로써 한가위의 넉넉함을 펼쳐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