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기피 현상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정부 당국에서 방사능 오염이 없다고 설명해도 도무지 믿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추석 명절이 불과 코앞인데도 수산물 시장은 썰렁하기 짝이 없다. 횟집 등 어패류 식당들도 손님이 크게 줄었다. 아무리 오염 해역과 상관없다고 해도 곧이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내산 수산물마저 외면할 정도다. 일부 상인들은 ‘일본산 수산물을 팔지 않는다’는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까지 갖추고 있지만 별무 효과다. 어민과 상인들의 고충은 말할 것 없거니와 이러다간 수산 관련 산업 기반 자체가 내려앉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 관련 매출은 뚝 떨어지고 있다. 유통업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명태 고등어 갈치 등 선호도가 높은 수산물 판매량이 많게는 60%에서 적게는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명절 성수기에 일반 농산물 가격은 연일 뛰고 있지만 수산물 가격은 거꾸로 하락세다. 대구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6%가량 내렸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추석 제수용 소비를 겨냥해 민어 등을 대거 수입한 업체와 상인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어떠한 경우에도 식탁의 안전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 정부 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물질이 바다로 흘러나간 사실이 드러나자 주변 8개 현(縣)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하는 등 대응도 비교적 신속한 편이다. 또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도 검사를 2배 이상 강화하고 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도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고 할 정도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수산물이 외면받는 것은 정부당국이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방사능 유출 사실을 늑장 공개해 불신을 키운 일본 정부 탓이 크다. 하지만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수치만 덜렁 내놓고 할 일 다했다는 안이한 우리 당국의 자세도 문제다. 먹거리 안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심시키고 또 설득해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당국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차제에 더 투명하고 지속적인 수산물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여야 대표단이 11일 각각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수산물을 구입했다. 추석 민심을 겨냥한 ‘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나 그리 생각할 것도 없다. 먹거리 불안감 해소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이 효과적이다. 소비자들도 조금은 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