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무역시장 규모의 수십 배로 633조달러(약70경원)에 달하는 장외파생상품시장이 열린다. 우리나라도 모처럼 열린 이 시장에 한몫 차지해 다음 50년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유사 이래, 가장 큰 시장이 열린다. 전 세계 무역시장 규모의 수십 배로 633조달러(약 70경원)에 달하는 이 시장은 바로 장외파생상품시장이다. 주택장기대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자율스와프나 수출입에 필요한 외화 조달 및 위험관리 등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종전까지 거대한 이 시장은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들 은행은 서로 협상에 의해 익명으로 거래해 온 탓에 거래내용도 불투명했다. 결국 위험관리 능력을 초과해 거래한 리먼브러더스가 파탄을 맞으면서 2008년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고 갔었다.
위기발생 후, 국제사회는 이 시장을 투명하게 정비하기 위한 개혁안을 만들었다. 복잡한 장외파생상품을 표준화시켜 거래소 등의 전자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우선 국제 기준을 갖춘 중앙청산소(CCP)를 통해 청산ㆍ결제토록 했다. 당장 내년부터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청산소를 통하지 않고 파생상품을 결제하는 은행은 많은 적립금을 쌓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거대한 장외파생시장의 변화가 시작됐다. 새로 재편되는 이 시장을 두고 세계 금융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새로 진입하려는 거래소, 은행, 증권사들 간의 치열한 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거래소들은 몸집을 불리고 상대 지역에 거래소와 청산소를 신설해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다. 심지어 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강자, 블룸버그마저 스와프 거래소를 출범시키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1일 장외파생상품 청산업 인가를 받고 곧바로 유럽의 금융당국에 영업인증을 신청했다.
이런 중앙청산소를 통한 청산ㆍ결제시장의 선점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본 싸움은 매매체결 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대형은행들 간 장외에서 알음알음 이뤄지던 거래가 거래소의 전자 플랫폼 위에서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제 쓰기 편하고 저렴한 금융상품을 올리는 금융기관은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창조금융의 큰 장이 선 것이다. 상품 개발은 거래소가 직접 할 수도 있고 은행, 증권사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 연말 미국 최대거래소는 장외 스와프를 선물로 만든 장내화 상품을 상장시켰고, 유럽 거래소들도 연금펀드를 위해 장외 인플레이션 스와프를 장내 인플레이션 선물로 만들어 플랫폼에 올리려 한다.
이 신 시장에 우리나라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한국거래소도 내년 2월에 전산처리 속도를 무려 285배나 단축시킨 새로운 전자 플랫폼(Exture+)을 선보인다. 또 장내파생상품 분야에서 세계1위를 차지한 코스피200옵션 상품을 출시한 경험도 갖고 있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지난 반세기 우리 경제가 세계 수출시장의 3%를 점유함으로써 고도성장을 이룬 것처럼, 모처럼 열린 이 시장에 한몫 차지해 다음 50년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상품개발인력을 한 명 늘리려 해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거래소 경영에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