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는 쏟아지는데…기업 요구하는 인재는 드물어SW인재, 실리콘밸리式 양성서비스분야 장벽도 확 낮춰야
대학 졸업자는 쏟아지는데…기업 요구하는 인재는 드물어
SW인재, 실리콘밸리式 양성
서비스분야 장벽도 확 낮춰야
매년 9월이면 하반기 취업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근 취업 관련 설문조사에 의하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과 금융회사가 경기 둔화와 순익 감소로 지난해보다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의 대다수는 공무원과 공기업, 금융회사,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중소기업 취업이나 창업은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일자리의 80% 이상이 대학생이 선호하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창업(자영업 포함)이라는 데 있다. 이런 인력수급상의 불균형으로 매년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늘어나는가 하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이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세계 역사상 유례가 드물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이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제 둔화에 근본적으로 기인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비즈니스 모델의 급격한 변화 추세에 청년이 따라가지 못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교육과 훈련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고령자와 청년 간 일자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의 사례에서 보듯 각국 정부가 저성장ㆍ고령화에 대응하는 방편으로 전체 실업률을 낮추고 연금 등 사회안전망 지출을 줄이기 위해 법정퇴직연령을 높일수록 젊은층의 취업 문턱은 좁아지는 일자리 세대충돌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실업 문제는 경기변동 측면보다 구조적인 측면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단시간에 해결이 어렵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꾸준히 추진해야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적시적재 공급이 가능토록 교육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대학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를 아랑곳하지 않고 4년제 대학 졸업생을 양산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대기업이 요구하는 이공 분야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력은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심각한 부족현상을 드러내고 있고, 중소기업도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능인력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당국과 대학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과 함께 정부와 산업계ㆍ대학 간 긴밀한 협의가 절실하다.
둘째, 세계 산업의 흐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SW) 산업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것에 발맞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도 필요하다. 미국 벤처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의 70~80%가 SW 분야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SW 회사가 재벌 IT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전락, 3D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탓에 우수청년 인력이 몰리지 않아 인력부족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차제에 국내 SW 산업 생태계를 실리콘밸리식 생태계로 혁신해 우수 청년인력이 SW 분야로 몰리고 벤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기업 일자리의 86%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젊은이가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이 중소기업 취업이나 창업을 원하지 않는 이유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경쟁력이 취약하여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고용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독일은 100년 이상 존속하는 강한 중소ㆍ중견기업(히든챔피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이 안정돼 있다.
넷째, 서비스 분야는 지난 십수년간 선진국에서 일자리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분야인 점을 감안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대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음식ㆍ숙박ㆍ도소매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로의 쏠림현상으로 생산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규제 완화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 보건, 관광 등 서비스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