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사건이 그야말로 일파만파(一波萬波)다. 급기야 검란(檢亂)조짐마저 일고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공개감찰 지시에 채 총장이 사퇴를 표명하자 검사들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청와대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정치 쟁점화에 부심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공포정치’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파장에 국민들은 놀랍고 당혹스러울 뿐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사태흐름 진전에 좋은 계기가 됐다고 본다. 청와대가 채 총장을 압박했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이고 맞는 방향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느냐 후진적 관행과 악습이 난무하는 사회로 머무느냐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채 총장이든, 청와대든, 법무부든 그 누구도 진실 규명의 대상에서 한 걸음도 비켜갈 수 없다. 이번에도 얄팍한 술수나 시간끌기, 권력의 힘 등으로 적당히 뭉개고 지나간다면 민주주의 후퇴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는 미래도 희망도 없다.
우선 가려야 할 것은 핵심쟁점인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존재 여부다. 첨단 과학시대에 이를 규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채 총장 자신도 응하겠다고 한 만큼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 아울러 사태에 전 과정에 권력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반드시 밝혀야 할 대목이다. 실제 그런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일부 국민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정수석실에서 채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했고, 법무부를 통해 감찰을 지시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법무부는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혼외자로 지목된 아들의 개인신상 정보가 흘러나온 경위도 규명돼야 한다.
다만 정치권과 검찰 조직 등은 조금은 더 차분하게 냉정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사태를 이용하는 것이다. 검찰도 평검사 회의 소집 등 집단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직 사안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혹의 한 축이 되고 있는 청와대와 법무부 역시 있는 그대로 전후 과정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채 총장이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본인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머뭇거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