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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최광호>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음악차트란?
순위 그자체만 따지기보단
순위의 지속성 유지 판단
오랫동안 차트에 머무르는
스테디셀러 높게 평가해야


최근 음원 사재기에 대해 음악산업계뿐만 아니라 언론ㆍ정부ㆍ국회까지 나서서 주목하고 있다. 이는 음원 사재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음악산업의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실 음원 사재기의 역사가 그리 짧은 것은 아니다. 음원 사재기가 본격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께다. 음악시장의 중심이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전환된 시기가 2005년께인 것을 감안하면, 음원 사재기의 역사는 음원시장의 형성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몇몇 음악사이트의 차트 산정 기준은 단순히 판매량이었다. 이 때문에 인기 톱(TOP) 100에 오르기 어려운 클래식이나 동요 음원이 순위 급등으로 차트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음악사이트는 차트 어뷰징(고의로 스트리밍 재생 횟수를 높여 차트를 조작하는 행위)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게 됐다.

음원차트 순위는 매출수익의 척도이기도 하지만 가수나 곡의 대중적 인기의 척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음원차트 순위는 방송ㆍ광고 출연료 등 매니지먼트 수익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1년 이후 주요 음악 유통 방식으로 자리잡은 것은 디지털 싱글 발매다. 2000년대 초반엔 10곡 이상을 수록한 정규 앨범 발매가 주요 음악 유통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대부분의 가수가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1~2곡가량을 실은 디지털 싱글을 자주 발매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 기간 내 활동하는 가수들과 프로모션 마케팅을 벌여야 할 앨범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또한 실시간 차트의 등장으로 인해 기획사와 소비자는 시간 단위로 자사의 콘텐츠 차트 순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음원의 노출 빈도를 높이는 일은 음원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기획사의 입장에선 음원 사재기라는 달콤한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음원차트 외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도 어뷰징이 시도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자 SNS의 다양한 데이터 역시 음원의 인기를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많은 매체가 가수의 인기도를 평가할 때 SNS 지수를 중점적으로 참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방송 프로그램도 SNS상의 인기를 순위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SNS상에서 어뷰징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음원시장부터 SNS까지 어뷰징 문제가 확대된 요즘 음악시장에서 음원의 판매와 소비의 결과가 신속하게 드러나는 것이 긍정적인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콘텐츠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는 명곡, 즉 스테디셀러의 탄생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의 권위 신장과 스테디셀러의 탄생을 위해선 차트 역시 순위 그 자체만 따지지 말고 얼마나 순위의 지속성을 유지하느냐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음원차트는 발매와 동시에 모든 차트를 석권하는 노래보다 발매 후 오랫동안 차트에 머무는 노래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고작 1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곡을 보여주는 실시간 음악차트의 산업적 의미는 무엇이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음악업계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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