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빈필과 강남스타일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년)은 귀족 출신 젊은 장교 식스틴과 서커스단에서 줄 타는 소녀 엘비라 사이의 짧고도 열정적인 사랑을 그렸다.

조직에서 이탈한 유부남 장교와 19세 소녀가 야생에서 벌이는 애정행각에 대해 ‘막장 구도’라 혹평할 수도 있겠지만, 르느와르의 인상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영상미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2악장은 그런 세평을 봉쇄하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의 짧은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 두 발의 총성은 안온한 클래식 선율 속에서 차라리 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엘비라 마디간은 클래식이 대중문화로 파고든 효시로 평가된다. 이후 영화 ‘러브스토리’(1970년), ‘플래툰’(1986년) 등 숱한 작품에서 클래식은 극을 비장하게 혹은 우아하게 다듬었다.


장르의 통섭은 더욱 확대되면서 문화를 풍요롭게 한다. 권위의 상징인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81년 클래식을 디스코로 바꾼 ‘Hooked on Classics’를 발표해 강원도 청소년까지 춤추게 했다.

1980년 세계적인 ‘3테너’ 플래시도 도밍고와 팝가수 존 덴버가 ‘Perhaps Love’를 합창한 지 9년이 지나자 ‘국대 테너’ 박인수와 대중가수 이동원이 ‘향수’를 함께 불렀다. 패티김이 세종문화회관 장벽을 깨고, 테너 조영남이 대중문화계에서 활약하는 사이 김영동 정태춘 장사익은 국악과 팝의 접목을 시도했다.

개천절인 10월 3일 세계 최고 권위의 빈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가 강남의 한 클럽에서 클래식과 핫뮤직을 접목한 ‘옐로 라운지’를 연다는 소식이다. 빈필이 강남스타일로 갈아입는다니 올 가을 하늘은 높고 우리 문화는 살찐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