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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맹신과 광기가 빚은 케냐 테러 참사
지난 주말 지구촌 곳곳을 피로 물들인 테러가 이어졌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21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이 인질 테러극을 벌여 70명가량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 사고로 한국인 강문희 씨가 안타깝게 희생됐다. 같은 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시내 한 장례식장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로 72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불과 두 시간 뒤에는 바그다드 외곽 경찰 특공대본부에서도 자살 테러로 9명이 숨졌다고 한다. 이 밖에 시리아 주재 러시아 대사관 건물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수 명이 다치기도 했다.

무고한 시민을 겨냥한 테러는 두 말할 것 없이 최악의 범죄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다. 일련의 이번 주말 테러는 이전에도 늘 그랬듯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그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나이로비 사건이 발생한 직후 소말리아 알카에다 연계세력은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히며 “케냐의 소말리아 파병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자신들의 정치적 종교적 소신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배치되는 것이 못마땅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민간인을 보복의 재물로 삼는 것은 천인공노할 짓이다.

특히 나이로비 사태가 충격적인 것은 종교적 맹신과 광기가 극에 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테러범들은 코란을 외우지 못하는 인질은 무슬림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 앞으로 이들의 범죄가 더 흉포해질 것이란 예고인 셈이다. 또 케냐는 중동부 아프리카의 중심국이다. 수도 나이로비는 외국인들이 늘 북적이는 국제도시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도 몰려있으며 사파리 여행을 즐기려는 세계 각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국제 도시를 테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테러범에 대한 응징을 다짐했다. 테러범 진압에 다국적군이 투입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러범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케냐 정부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회가 협력해 악의 근원을 뿌리 뽑는 것은 당연하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힘을 합쳐야 한다. 아울러 아프간 파병에 참여했던 한국도 이들의 테러 사정권 내에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미 아프간에서 인질 사태도 겪었다. 한국도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당국, 그리고 국민 각자가 경각심을 각별히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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