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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 - 박영훈> 中서 ‘황금 월병’이 사라졌다
다행히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후, ‘부패는 망당망국의 지름길’이며 부패 관련자들은 ‘호랑이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척결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부패 대청소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선물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선물이라는 단어는 중국어로 예품(禮品)으로, 예(禮)는 중국에서 의식, 예절과 같은 도덕관념을 나타내며, 품(品)은 물건을 뜻한다. 중국인들에게 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예절과 정을 나누는 마음의 교류인 것이다. “서로 왕래하며 오가는 것을 귀이 여긴다(禮尙往來)”라는 말처럼 중국 사람들은 만남에서부터 선물을 교환하며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예의와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습관에서 생겨난 ‘선물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최근 몇 년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올해 초 개봉해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영화 ‘신세계’에서 화교 출신 조직보스역인 황정민이 경찰역인 최민식에게 전달한 지폐로 속을 채운 월병이 단순히 영화 속의 장면만은 아니다. 중국에선 5~6년 전쯤부터 뇌물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3만위안(한화 약 580만원)을 호가하는 황금 월병이 처음 등장한 뒤, 중추절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황금 월병들은 중국 고위 인사들에 의해 뇌물 수수용으로 사용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후, ‘부패는 망당망국의 지름길’이며 부패 관련자들은 ‘호랑이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척결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부패 대청소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까? 확실히 공무원 및 국영기업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기념일마다 으레 받던 정부 연회 초청장이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기업인들과의 술자리에 빈번하게 등장하던 마오타이(茅台), 우량이(五粮液)등 고급술이 저렴한 지방 특산 백주나 와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물론 본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중국의 ‘선물 문화’는 비즈니스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음이의어에 해당하는 해음(諧音)현상을 잘 활용하면 적시적소에 올바른 선물을 하는 ‘센스’를 얻을 수 있다. 술은 중국어 발음으로 지우(酒)인데, 이는 ‘오래, 길게’를 뜻하는 지우(久)와 음이 같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우호적인 관계를 오랜기간 지속하고 싶을 때, 막걸리나 소주와 같은 한국 전통술을 전한다면 그 선물의 가치는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사과를 뜻하는 핑구어는 중국어 ‘평안하다’를 뜻하는 핑안(平安)과 음이 비슷하여 나이가 많으신 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선물로 적합하다.

이처럼 좋은 선물이 있는 반면 주의해야 할 선물도 있다. 우산의 산(傘)은 헤어지다(散)와 발음이 같고, 시계라는 뜻의 단어(鍾)는 끝나다(終)와 발음이 유사하므로 선물로 부적합하다.

최근 중국 중부 내수시장 진출전략 조사를 위해 한국에서 출장 온 연구원들과 함께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 공상업연합회를 방문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면서 준비해 간 한국전통 자개 명함케이스의 답례로 공상업연합회 주석의 자필 붓글씨를 선물로 받았다. 선물의 효과였을까?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선물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마음을 담은 선물은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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