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이 런던에 쏟아지고, 국가의 존망조차 위태롭던 시기. 처칠내각은 복지국가 청사진을 내놓는다. 위원장이었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 이름을 딴 ‘베버리지 보고서(원제는 복지국가와 관련서비스)’는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노력이었다. 1942년 12월 보고서가 나오자 관심은 엄청났다. 이 책을 사기 위해 2㎞ 가까운 행렬이 이어졌고, 하루에 7만부가 팔렸다. 국민들은 전황보다 이 책에 관심이 더 많을 정도였다. 베버리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삶의 질을 가로막는 궁핍ㆍ질병ㆍ무지ㆍ불결ㆍ나태를 5대악(惡)으로 지목했다. 모든 국민을 여기서 해방시키기 위해 무료보건ㆍ가족수당 등 포괄적 복지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이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복지정책 궤도수정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베버리지 보고서는 영국병의 기원이란 비판과 전시(戰時)에도 복지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