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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한만희> 공직사회에도 어시스트상을
축구선 ‘공격포인트제’ 덕분에
모두 골넣겠다고 몰려들지 않아
공직사회도 협력문화 유도위해
‘정책포인트제’ 도입 어떨까


많은 국민처럼 필자도 박지성 선수를 좋아한다. 메시나 호나우두만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지만 성실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에 기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특히 본인 득점보다 다른 선수의 득점을 도와주는 모습에서 특유의 겸손함이 느껴져 더 좋다. 박지성 선수의 플레이와 자세는 팀을 강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생각이다.

공직사회도 박지성 스타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본다. 사실 공직사회도 유수 축구리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애환도 많다. 우스운 이야기같지만 공직사회가 중앙돌파나 우회전략으로 적진을 치고 상대방 공격은 몸을 던져 막는 축구경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고, 어떤 때는 전략ㆍ전술이 난무하는 전장같기도 하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능력이 우수하고 국가관도 반듯한 양질의 집단이다. 그런데도 서로 티격태격하다 본질을 놓치는, 즉 국익을 못 챙기는 경우를 보게 된다. ‘부처 칸막이’ ‘집단이기주의’라고 혼나기도 하는데 그 행태가 잘 안 변한다. 왜 박지성처럼 다른 선수의 득점을 도우면서 진가를 인정받는 선수는 못 되는 것일까.

이는 공직사회가 축구경기보다 더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공직은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상(理想)만으로 장기간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공직자를 움직이는 자극제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게 승진과 포상, 특히 승진이다. 거의 모든 공직자가 승진을 위해 과중한 업무나 사생활 제약을 묵묵히 참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은 여러 기관이 각자의 정책수단을 제공하며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일단 정책이 잘 만들어지면 이를 주도한 기관이 과실, 즉 조직 확대나 승진을 거의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도와준 기관은 과실을 맛보기 어렵고 심지어 별로 할일 없는 기관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본인이 주도한 정책이 아니면 잘 협조하지 않고 자료 제공도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여러 수단을 가진 부처는 타 기관을 도와주기보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국민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효율성을 낮추는 원인이 되므로 바뀌어야 한다.

역대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 낮추기, 공무원 교환근무제 등 노력 중이지만 아직도 기관 간 협조가 잘 안되는 것은 공직자 스스로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 해결방안의 하나로 축구의 어시스트상 또는 공격포인트제를 조직에도 활용할 때라고 본다. 축구경기에선 골 넣은 선수는 물론 골을 도운 선수도 공격포인트를 올린 것으로 본다. 그래서 다같이 골을 넣겠다고 골문 앞으로 몰려들지 않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의 경기를 펼친다. 공직사회에도 축구의 공격포인트처럼 협조를 유도하는 ‘정책포인트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수단이나 정보를 가진 기관은 다른 기관을 도와주기만 해도 충분한 정책포인트, 즉 승진이나 포상 기회를 쌓기 때문에 굳이 비난을 받으며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공정한 평가다. 청와대나 총리실 등 상급기관에서 각 기관의 협조 여부에 따라 적절한 승진 기회가 가도록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평소 기관 간 협조는 물론 조직 확대 시엔 협조기관 공무원도 발탁되도록 교환근무제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이들 방안을 포함 협조관계를 북돋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기관 간 팀워크가 좋아지고 정부 효율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 선수 같은 공직자와 기관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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