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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걷기여행/이해준 문화부장
세계적인 걷기 열풍을 일으킨 인물로 프랑스 언론인 출신인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있다. 30여년 동안 기자와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던 올리비에는 은퇴 후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과 고독에 직면해 걷기여행을 나서면서 상처 치유와 성찰, 육체적 기쁨을 만끽한다. 처음에는 프랑스 파리 자신의 집에서 유럽대륙의 서쪽 끝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2300km의 순례길을 걸었다.

올리비에 걷기여행의 백미는 과거 대상들의 발자취를 따라 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西安)까지 1만2000km의 대장정이었다. 4년 동안 자신의 두 발만으로 중동 사막과 중앙아시아 대초원, 텐산산맥과 중국 서부 고원사막지대를 통과했다. 사나운 들짐승을 만나 결투를 벌이기도 하고 도적과 반군에 잡혀 생사의 고비를 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환대와 낯선 문화는 언제나 그를 흥분시켰다. 이 팍팍하고 지루하지만, 장엄하면서도 감동적인 걷기 과정을 담은 책 ‘나는 걷는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올리비에는 걷기로 청소년들의 교정을 돕는 쇠이유 협회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다. 비행 청소년들을 교도소에 가두지 않고 걷기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고 교정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참여한 청소년의 재범률이 수감자들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걷기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테마가 있는 길도 조성됐다. 가을철을 맞아 전국적으로 관련 축제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9월말부터 11월 사이가 피크다. 길은 사회와 문명을 잇는 통로이자, 개인의 닫힌 마음과 사람 사이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통로다. 전국적인 걷기 축제가 걷기 바람을 일으켜 소통과 치유의 한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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