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비리 수사 검찰 1차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이 전방위적으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났고, 관련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모두 22조원이 투입된 사업 가운데 이번 수사는 3조8000억원 규모의 16개 보(洑) 건설공사에 집중된 것이라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악취가 풍기니 사업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 짐작이 간다. 담합을 주도하는 과정에 현대 대우 삼성 대림 GS 등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건설사들도 포함돼 충격이 더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초대형 국책사업이 결국 건설사들 배만 불린 꼴이 됐다. 국민의 혈세가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의 책임이 크다.
건설사들의 담합 수법을 보면 우리가 과연 국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설사들은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아예 시작 전부터 공구별로 자신들의 몫을 나눠 챙겼다. 그리고는 경쟁 입찰을 가장하기 위해 서로 들러리를 서주고, 상대 업체가 저급한 설계도를 제출케 해 낮은 점수를 받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건설사들이 입찰 전 과정을 마음대로 주물렀지만 거칠 것 없이 심사를 통과했다. 운동경기로 치면 승부조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사를 발주한 당국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사업을 주관한 국토부는 당시 이명박정부 임기 내 어떻게든 공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강박감에 알면서도 슬쩍 눈감았을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도 수상쩍다. 공정위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 1561억원의 과징금과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년 넘도록 시간을 끌다가 과징금을 대폭 낮추고 검찰 고발도 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 구설에 휘말릴까 쉬쉬한 방증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사업의 취지는 공감한다. 국토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도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공사 진행 과정의 비리는 별개로 엄단해야 한다. 특히 담합행위는 한 번 걸리면 회사가 거덜 난다는 인식이 확실히 심어지도록 수십 수백 배의 징벌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대형 국책공사 담합은 건설사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검은거래의 연결고리가 발주처까지 뻗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과제다. 차제에 국책사업의 추진 방식과 관리 감독 전반에 대한 수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