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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강명헌>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양면성
비용절감은 기업집단의 본질
내부거래 자체를 막아선 안돼
오너 사익추구는 규제 대상
회사법·형사법으로 통제 가능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의 규제 강도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는 거래의 집중 내지 일원화로 불릴 수 있는 그 자체로서 중립성을 가진 개념으로 기업의 영업활동 과정에서 빈번히 선택되는 전략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일감몰아주기는 주로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그 중에서도 총수 일가에 부당이득을 주는 거래가 주요 대상이 된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 논쟁을 보면서 얼마전 향년 102세로 세상을 떠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가 생각난다. 그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시장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거래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해당 거래를 내부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조직화한다고 설명했다. 즉, 기업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어떤 것은 기업 내부에서 생산하고 다른 것은 외부에서 구매해 올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 기업조직이나 형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기업집단 역시 시장거래에 따른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하는 것이고, 이것이 기업집단의 본질임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을 통해 계열사 간 소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에게 일감몰아주기는 그 자체로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약탈, 골목상권의 침범 등이 일감몰아주기와 연계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감몰아주기는 1996년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부당지원행위의 하나로 규율되었고, 종래 공정거래법에서 물량몰아주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행위 유형이다. 최근 새삼스럽게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은 작년부터 불붙은 경제민주화 열풍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익편취 등을 목적으로 하는 소위 ‘나쁜 몰아주기’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점은 수긍이 가지만, 그것을 제대로 선별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일감몰아주기는 지원 주체에 손해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은 비용절감, 리스크의 분산, 영업상의 기밀유지 등의 이유로 거래를 내부화하거나 거래처를 단일화하려는 유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감몰아주기는 ‘좋은 몰아주기’로 볼 수 있다.

특히 효율성을 담보로 생성된 수직계열화에서 계열사 간 거래는 핵심경쟁역량으로, 이를 막는 것은 잘나가는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현재 정치권과 공정위는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나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자는 주장이고, 재계는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좋은 일감몰아주기는 놔두라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라며 동일한 기업집단 사이의 내부거래 자체를 막겠다는 발상은 코즈가 주장한 ‘기업의 존재이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일감몰아주기가 공익적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를 초래한다면, 당연히 합리적 기준으로 선별해서 관련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의 위법성 판단에는 부당성의 판단과 함께 사업경영상의 필요 여부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편 계열사 간 거래의 부당성 판단 기준은 ‘경쟁제한성’과 ‘회사이익 침해’로 구별해서 정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경쟁훼손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고, 회사법은 회사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따라서 논쟁이 되는 다른 주주나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대기업 총수의 사익추구 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규율할 것이 아니라 주식회사제도의 허점을 다루는 회사법, 상법, 형사법 등으로 규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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