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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안한 재정건전성, 增稅 적극 검토할 때
35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올해보다 본 예산 대비 15조7000억원(4.6%), 추경 대비 2.5% 늘어난 것이다. 반면 총 수입은 370조7000억원으로 잡아 지난해보다 2조원가량 줄었다. 전체적으로는 수입이 지출보다 13조원 정도 많아 보이지만 기금수지를 빼면 오히려 6조6000억원 적자 편성이다. 경기 둔화 여파로 나라 살림 꾸리기가 쉽지 않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도 건전 재정 기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경기 회복세를 최대한 뒷받침하고, 늘어난 복지 수요도 반영해야 하니 그 고충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 특징을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살림살이가 빠듯하더라도 예산을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잘 활용하면 일자리도 늘리고, 재정도 확충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럴 경우 복지공약 재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금융 자금,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금 등을 크게 늘린 것이 이런 맥락이다. 방향은 나무랄 데 없지만 의도한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당장 예산안 산출 근거인 3.9% 성장이 가능할지부터 불안하다. 이게 차질을 빚으면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되고, 재정의 경기 안전판 역할이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지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은 것도 주목된다. 전년 대비 8.7% 늘어난 것으로 전체 예산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기초노령연금, 대학 반값 등록금 등은 줄줄이 축소반영됐다.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약만 남발한 포퓰리즘의 결과다.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재원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이야기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약속을 어겼다고 몰아붙이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는 말의 의미를 여야 가릴 것 없이 뼈저리게 되새겨야 한다.

정부는 이날 내년 이후 4% 성장 가정하고 2017년 균형재정(-0.4%)을 맞추겠다는 내용의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비록 이전 정부가 짠 것이라지만 이로써 2014년 흑자재정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앞으로도 문제다. 복지수요 등 씀씀이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한데 경기는 여전히 불안하다. 5년 만의 균형재정도 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억지로 맞춘 느낌도 든다. 이쯤에서 증세 문제를 공론화고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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