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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면세전쟁
“기사님, 왜 이렇게 차가 막히는 거예요?” “저 차들 때문 아녜요?”

요즘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낭패다. 걸으면 10분, 택시를 타면 15분이다.

대형 관광버스들이 1차로 도로를 죄다 점령한 까닭이다. 이 중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 버스로 체증이 심한 곳은 주로 면세점이나 백화점 주변이다. 버스를 대지 못해 아예 시민들이 도로로 나와 버스를 타야 할 정도다. 비좁은 면세점 안도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올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46% 증가해 146만명이 찾았다. 이번 10월 초 국경절 황금연휴에만 대략 15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단연 면세쇼핑이다. 중국면세점도 갖출 건 다 갖췄지만 진품 의혹 때문에 가까운 한국을 찾아 명품구매에 나서는 것이다. 롤렉스 시계,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세계적 명품뿐만 아니라 설화수, 비비크림, 쿠첸 밥솥, MCM 가방 등 국산품의 인기도 대단하다. 한국의 면세점은 현재 세계 최강이다. 명품구색이나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다. 말하자면 명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한국 면세점이다. 이에 질세라 최근 일본도 팔을 걷어붙였다. 외국 관광객이 일본에서 사는 물품 전체에 소비세를 면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전기제품 등에 적용하고 있는 면세를 쇼핑 인기 품목인 화장품과 식료품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세율은 현재 5%로 조만간 8%로 오를 가능성이 커 관광객이 누리는 면세 효과는 그만큼 커지게 된다. 중국도 하이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건립 중으로 루이비통, 페라가모 등의 명품과 이미 입점 계약을 마친 상태다. 바야흐로 한ㆍ중ㆍ일 면세 대전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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