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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창조경제, 기업의 뿌리부터 살려라
대기업은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궈낸 1등 공신이자, 정경유착 등 각종 폐해를 낳은 장본인 중 하나다. 그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창조경제라는 열매도 그 뿌리가 튼튼해야만 열릴 수 있다. 썩어가고 있는 뿌리부터 살리는 게 시급하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키워드는 두말할 것 없이 창조경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창조경제타운’ 시연회를 가졌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정부가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사이트다. 청와대에서 직접 시연회가 열렸다는 점만으로도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대한 애착과 신념을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다. 정부 부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다.

창조경제는 분명, 한국경제의 새로운 살길이다. 백 번 아니 천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여전히 현장에서는 ‘뜬구름’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창조경제라는 화려한 구호 속에 실물경제의 위기감이 희석되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기업들을 놓고 보자. 정부는 우리 경제가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국내 대기업들이 처한 위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재벌닷컴이 1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부채총액은 600조원에 육박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다행히 기업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인 30대 그룹의 부채비율은 2007년 말 95.3%에서 지난해 말 88.7%로 낮아졌다. 겉으로만 보면 건강하다. 그러나 속은 이미 곪고 있다.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오히려 높아진다.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도 마찬가지다. 30대그룹 전체를 한 묶음으로 보면 이자보상배율도 좋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두 그룹을 빼면 오히려 크게 낮아진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다음 차례는 A 그룹, B 그룹, C 그룹’이니 하는 블랙리스트가 공공연히 나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정부는 얼마 전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 보이는 곳에서는 은밀하게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각 부처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한 규제건수는 2008년 말 9753건에서 지난달 1만4977건으로 53.6%가 급등했다. 대통령은 나서서 ‘손톱 밑 가시뽑기’를 외치고 있지만 정치권발, 정부발 규제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겠다는 규제안에 오히려 중소기업이 울고 있다. 이른바 ‘화평법’ㆍ‘화관법’에 기업들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기업, 특히 대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나아진 게 없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은 그 강도는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망신 주기식’ 기업인 증인 채택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쪽(?) 사법부의 서슬에 총수 부재 사태를 빚고 있는 SK와 한화는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은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궈낸 1등 공신이자, 정경유착 등 각종 폐해를 낳은 장본인 중 하나다. 그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문제는 최근 과실에 대한 비판 기류가 더 강하다는 데 있다. 대기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다. 창조경제라는 열매도 그 뿌리가 튼튼해야만 열릴 수 있다. 썩어가고 있는 뿌리부터 살리는 게 시급하다.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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