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5년 동안 완벽한 화음을 유지해온 현악 4중주단의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인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 초기 판정을 받아 악단의 변화가 예상되자 그 동안 잠재해 있던 갈등이 드러나면서 시작된다. 제2 바이올린 연주자는 이번에 첼리스트를 교체하고 자신이 제1 바이올린을 맡겠다고 나서고, 그의 아내인 비올리스트는 남편 및 딸과의 불화에 빠진다. 거기다 제1 바이올린 연주자는 동료의 딸과 사랑에 빠지면서 파국의 위기를 맞는다. 4명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적의까지 표출한다. 하지만 영화는 어설픈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랑과 기쁨과 슬픔, 분노와 적의, 갈등까지 모두 삶의 일부라고 얘기하듯, 마지막 연주로 이를 끌어안는다.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의 관람객이 10만명을 넘었다. 다양성 영화로는 엄청난 기록이다. 입소문으로 관람객이 늘자 영화관은 상영회수를 늘리고 장기상영을 하고 있다. 예술성과 시사성을 지닌 다양성 영화는 상업영화의 파도 속에서도 소중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올 봄에 개봉한 ‘지슬’이 14만명을 끌어들였고, ‘우리 선희’는 개봉 20일만에 5만명을 넘었다. 다양성 영화의 기적은 2009년 300만 관객을 동원한 ‘워낭소리’였다. 이 영화는 당시 금융위기로 시름에 젖어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워낭소리의 주인 최원균 옹이 85세의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늘, 다양성 영화의 기적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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