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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골 어린 선수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
강원도 두메산골 작은 고교에 기적이 일어나 화제다. 횡성군 읍내에서 30~40리 떨어진 갑천면의 갑천중ㆍ고등학교 고등부 축구부 선수들과 지도자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전국축구 강원지역리그에서 9승7무로 이 지역 최초로 무패 우승 기록을 세운 것이다. 강릉중앙고ㆍ춘천고 등 축구 명문도 모두 갑천고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비록 지역 우승이지만 학생이 모자라 폐교직전까지 갔었기에 전국우승 이상의 값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학교에 축구부가 창단된 것은 2008년, 2000년 이곳에 횡성댐이 들어서면서 5개 마을이 수몰됐고, 그 바람에 신입생이 단 한 명에 이르자 학교 운명이 절벽에 이를 즈음이었다. 지역사회와 학교는 축구부를 창단이라는 묘안을 내놓았고 프로축구 K리그 득점왕 출신 이기근 감독이 흔쾌히 동참하면서 운명적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때마침 지역 프로 축구단인 횡성FC까지 창단되면서 중ㆍ고교와 프로 연계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고 선수 수도 날로 늘어나 지금은 고교 전교생 70명 중에 48명이 축구부원이라고 한다.

갑천고 축구부의 특징은 대부분이 늦깎이로 하나같이 제 발로 찾아든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공부보다는 축구가 좋았지만 부모 반대에 부딪혀 방황했거나, 엘리트 중심 축구계에서 제 능력을 발휘 못해 비주류에 속했던 말하자면 아웃사이더이거나, 너무 늦게 축구를 시작해 기량부족으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현재 3학년 선수 11명 중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해 온 학생은 4명에 불과할 정도라고 한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이 학교 축구 부원 모두가 ‘공부하는 선수’라는 사실이다. 아픔이 무엇인지 이미 터득한 때문에 자정까지 이뤄지는 혹독한 훈련에도 책을 놓는 법이 없다고 한다. 지난여름, 경남 양산의 원동중학교 야구부가 전국구 대회를 제패해 감동을 안긴 것도 같은 경우다. 전교생이 51명에 불과하지만 3년 전 폐교 위기에 야구단을 만들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특성화학교로 거듭났다고 한다.

축구 야구 골프 등 핵심 종목에서 세계무대를 휘젓는 우리 선수들의 면면을 보라. 두뇌플레이가 결국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그러려면 운동과 공부, 그리고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현대 스포츠의 기본 철칙이다. 남보다 못한 처지를 탓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희망을 키워 끝내 기적을 이뤄내는 어린 선수들에게서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는 기쁨이 크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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