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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카지노, 판 제대로 키워보자
카지노의 폐해는 물론 적지않다. 하지만 이를 걸러낼 역량도 우리에게는 있다. 그보다는 긍정적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카지노 산업의 판을 키울 때다.다만 시작부터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카지노는 매력적인 면이 많다. 무엇보다 투자와 고용 증대에 이만한 산업이 없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한 우리에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그런데도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말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설령 논쟁의 중심에 떠올라도 “국민들을 도박 중독자로 만들 참이냐”는 한 마디면 끝이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카지노 산업의 ‘힘’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카지노 설립을 위한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일단 상당한 진전이다. 5000만달러를 선(先)투자하면 서류심사만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3억달러에 비하면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파격적인 정책적 배려다. 이어 7월에는 급한 대로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해 입법예고하고, 두 달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에 들어갈 정도로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빨랐다. 눈앞의 투자 유치에만 급급하다 보니 투자여력이 없는 부실기업,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 자본의 유입 등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미국과 일본계 기업이 기다렸다는 듯 사전심사를 요청했다가 문화부에 의해 기각된 것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단적인 예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무슨 돈이든 들어와 사업만 잘하면 그만이지 오지랖 넓게 남의 나라 기업 재무사정까지 걱정할 필요가 있냐지만 그렇지 않다. 기왕 카지노 산업의 판을 키우려면 시작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매 쓸 수는 없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지난주 산업부가 사전심사제를 공모제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확정한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다만 개정 법은 국회 통과 등 절차가 필요해 일러야 내년 초, 늦으면 후반에야 시행된다는 게 문제다. 새 법이 발효되기 전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존 법에 근거해 자격 미달 해외 사업자들이 허가를 욕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어렵게 틀을 잡아가고 있는 카지노 정책 전체의 밑그림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카지노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 입장인 문화부의 변화도 반갑다. 1995년 이후 카지노 사업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문화부가 시대 흐름을 감안해 관련 법 개정안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챙기고 따져 봐야 할 게 적지 않지만 거는 기대가 크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카지노는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국인에게도 개방되는 오픈 카지노로 가야 한다. 카지노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다. 호텔 관광 레저 컨벤션 등 복합리조트 산업이다. 청정국가를 지향하는 싱가포르가 그렇게 방향을 잡았고, 동남아 각국과 일본까지 그 대열에 들어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카지노의 폐해는 상당하다. 하지만 그런 정도는 스스로 걸러 낼 역량이 우리에게는 있다. 폐해를 걱정하기보다는 국내 자본의 참여 등 효율적 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도 더 넓혀야 한다.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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