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곤 코트라 취리히무역관 관장 |
스위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글로벌경쟁력을 유지하며 발전하고 있는 데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하며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혁신성과 산학협력에서 찾을 수 있겠다. 알프스 산지가 전국토의 60%나 되는 스위스는 지정학적 강점을 활용하여 오래전부터 금융과 관광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여기서 벌어들인 돈을 교육과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자원부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강소국으로 발돋움했다. 스위스 전체 30만개 기업 중에서 글렌코어, 네슬레, 노바티스, 크레딧스위스 등 14개 기업이 포춘 500대 글로벌기업군에 포진하여 경제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한편으로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적은 수의 중소기업이지만 제약, 시계, 정밀기계 분야에서 100여개의 강소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히든챔피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프라이부르크경제대학(HSW)에서 스위스 전역에 산재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스위스 국제 기업가정신’ 설문분석에 의하면 스위스 중소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56%에 달하며, 중소기업 60%가 단계적으로 글로벌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유럽시장에서 대외 비즈니스 경험을 축적한 후 제3의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수출의 동기를 해외수요, 내수시장 한계, 네트워크 활용, 혁신제품 판매의 시장기회에서 찾고 있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유럽 중심의 비즈니스를 해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지속성장을 위한 탈유럽화 동향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시장 진출확대 분야는 항공위성, 제트항공서비스, 금융, 유통, 제조업으로 다양화되어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으로써 중국, 동남아에 대한 진출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국제기준 준수, 지적재산권 보호, 우수한 노동력과 제조기술, 중산층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테스트 마켓이나 생산기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정부 차원의 한-스위스간 과학기술협력이나 한국을 제조기반으로 하는 아시아 진출 전략으로서 민간기업의 방한 활동이 여느 때 보다 활발하다. 지난 7월 스위스 경제교육부장관 일행이 방한하여 과학기술분야에서 한국을 스위스의 7대 우선협상국으로 선정하여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8월말에는 중소기업 19개사로 구성된 주(州)단위 비즈니스사절단이 최초로 방한하여 한국의 발전상과 투자환경을 직접 보면서 무역과 투자협력 가능성이 유망한 것으로 확인한바 있다.
스위스의 대한 투자진출 현황을 보면 2009년 52백만 달러에서 2012년 144백만 달러로 2.7배 이상 증가했고 금융, 유통 등 서비스분야에서 제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8월 방한했던 스위스 국제협력대사 모루치(Moruzzi) 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학기술 투자비율에서 세계 선두그룹에 있는 한국과 연구 혁신국가인 스위스간 실질적인 과학기술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바 있다. 장인정신의 기술개발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히든챔피언 기업의 산실인 스위스의 R&D와 한국의 제조기술간의 제휴가 기대된다. 또한 스위스 기업의 아시아진출 수요를 반영해서 아시아 시장 네트워크가 강한 한국이 동반성장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통한 첨단기술제품 생산과 해외 공동마케팅 등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취리히무역관에서는 스위스 글로벌기업의 기술지원을 받아 국내 중소기업이 부품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금년 7월 5천만 달러의 자동차부품 수출계약을 성사시킨바 있다. 스위스가 강한 분야인 제약, 분석기기, 정밀기계, 금융 및 유통 분야에서 기술도입이나 투자유치, 기업인수(M&A) 또는 합작투자 지원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더욱 늘어나 외국 선진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진정한 창조경제의 구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