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주변이 심상찮다. 원주민보다 외부 세력이 더 커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공권력과 시위대 간 별다른 충돌이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공사 재개 2주째가 되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이런 조짐은 이미 주말에 포착됐다. 공사현장 주변에 무덤 형태의 구덩이와 목줄 올가미까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극렬행동을 부추기는 이 소름끼치는 참혹한 시설과 도구는 사진으로 보기에도 분노와 함께 구토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으로서 무슨 생각에 가로 2m, 세로 1m, 깊이 80㎝로 두서너 명이 동시에 드러누울 수 있는 크기의 구덩이를 팠겠는가. 이것도 모자라 굵직한 생나무 지지대를 양쪽에 만들고 긴 걸개나무에 올가미를 5개나 걸어놓고 휘발유를 담은 플라스틱 통 두 개까지 걸어놓았다.
이미 분신자살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있었던 곳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설치물들이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당원 수십 명과 일부 과격 시위대의 소행이라는 일관된 증언이다. 통진당 측은 부인하지만 진실규명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더 큰 불행이 벌어지지 않았다 해서 없던 일로 치부하기엔 사안이 너무 충격적이다. 공권력의 일차적 책무는 국민과 연관된 그 어떤 불미스런 일도 사전에 막아내는 것이다. 이런 일이 누구의 짓인지 당국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만일 통진당의 행각이라면 또 한 번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궁지에 몰리면 온갖 해괴망측한 궤변을 늘어놓는 과거 못된 습성으로 미뤄 이번에는 무슨 행위예술의 하나라고 둘러 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삼척동자인들 이런 비인간적 행각을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보다 분명한 것은 밀양 시위 현장, 특히 외부 세력 중심에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이 속한 통진당이 서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국가전복을 감히 꿈꾸는 저들이 지방 산간의 송전탑 건설까지 가로막는 저의를 새삼 알자는 게 아니다.
속속 합류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등 종교인과 환경단체들은 시위현장에 투입된 한 경찰관이 남긴 SNS 글을 봤는지 궁금하다. 몸이 아픈 시위현장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려 해도 반대하는 외부인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니 기가 막힌다. 현지 주민들을 돕겠다는 저들이 기껏 죽음의 살풍경을 조장해 놓고 어둠을 빠져나간 사이, 노모 모시듯 시위 참가자들을 부축해 바래다주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는 대다수 국민의 맘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