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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NLL 논란만 1년째...정치실종이 문제다
꼭 1년 전인 2012년 10월 8일. 국정감사장에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메가톤급 폭로를 한다.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NLL 때문에 골치아프다...미국이 NLL 을 땅따 먹기하려고 그은 선이니 남한은 NLL 주장을 하지 않겠다”라는 구체적인 발언도 소개했다.

대선 두 달 전 터진 NLL 논란은 직전에 불거진 ‘통진당 사태’와 맞물려 ‘색깔론’으로 번졌고, 이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겹치며 ‘정치공작’ 논쟁으로 확대됐다.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하고, 그 내용을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사초실종이 확인되고,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사초’ 훼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이른다.

꽤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

새누리당에서 볼 때는 노 전 대통령이 남북협력이란 업적에 눈이 멀어 NLL을 포기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남북협력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일 뿐이란 논리다. 대화록 원본 실종도 새누리당은 사초훼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녹취록도 완성본도 국정원에 있으니 초본을 없애고 다음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기록관에도 넘기지 않은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시각에서 노 전 대통령은 ‘종북’, 민주당이 볼 때 새누리당은 ‘협잡꾼’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무려 4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이다. 민주당도 2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들 정당이 협잡꾼이고, 종북세력이라면 선거에서 이들을 선택했던 유권자들도 대략 절반씩은 협잡꾼이거나 종북세력이다. 통합은 말뿐이고 국민을 편가르고 낙인찍어야 선거에 유리한 모양이다.

녹취음원까지도 곧 공개될 듯 한데, 해석이 다를테니 각기 다른 입장만 확인할 듯 싶다. 1년째 이 모양인데, 이대로면 5년, 10년 뒤에도 이 꼴이지 싶다. 이제 그만할 묘수를 찾을 때다. 어렵지만 해야 한다. 그게 정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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