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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이영규> ‘진격의 기업들’ 초심으로 돌아가라
요즘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이 있다. ‘진격의~’이라는 수식어다. 이 말은 분야를 막론해 다양한 단어를 수식하는 표현으로 “적을 향해 공격해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인사나 개그맨의 언급 없이 큰 인기를 얻었던 데는, 이 말이 어떤 단어를 수식함으로써 만들어내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 덕분일 것이다. 무기력함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에게 ‘진격하는 무언가’는 과감함과 대범함을 대표하는 우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심화되고 있는 중견그룹의 위기상황을 보면 ‘진격하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다. 최근 5년여간 여러 기업들이 대형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확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발빠른 준비’ ‘전방위적인 성장 주도’라며 그들의 행동을 합리화했고, 분야와 영역을 초월한 규모 확대가 마치 ‘더 나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지름길’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M&A는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평가되지만 역량에 맞지 않은 무모한 사업확장은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필자가 몸담고 있는 웰크론그룹도 M&A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해 왔다.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의 조언과 각 사업 분야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M&A를 진행했다. 그 결과 4개사의 사업 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돼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시너지를 창출했고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필자의 노력은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규모를 키우는 와중에도 내실을 다지기 위해 외부와의 기술제휴에도 적극 나서는 등 기술력 확보에도 힘쓴 것은 물론, 인재확보를 위해 처음으로 나이와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은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이미 확보한 인재들의 잠재능력을 끌어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부서이동 및 순환근무 등도 진행했다.

새로운 기업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의 전략부재는 경영진으로서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현재 중견기업 위기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또 사업다각화에 도전할 때는 자신들의 핵심사업에 대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험이 없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무모함을 자제해야 한다. 도전은 주변의 비난과 우려스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에 뛰어드는 ‘과감함’과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한 사전 준비가 전제됐을 경우에만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공격경영’은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명분이 되었지만, 무모한 몸집 불리기로 결국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것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협력 및 하청업체와 기업에 근무하는 수많은 직원들, 고객들, 더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이다. 따라서 ‘진격’하는 모든 이들은 그에 마땅한 책임과 도리를 다하겠다는 의식이 먼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진격’하는 와중에도 자기 자신을 한번씩 되돌아보고 주변 상황을 세밀하게 살피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왜 이 일을 행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이것을 시도해야 하는지’ 확실한 대의 명분을 세운다면 새로운 도전에도 실패하지 않고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장수기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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