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살율 OECD의 2배
예방법률 제정 불구 계속 증가
물질적 풍요 추구 분열·갈등만…
진정한 국민행복 의미 되새겨야
지난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자살예방의 날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03년에 제정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2012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는 28.1명으로 전년보다 조금 줄긴 했지만 OECD 평균치 12.5명의 2배가 넘는다. 하루 평균 39명, 37분마다 한 명꼴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자살은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고, 10대와 20대에서는 사망원인 1위로 나타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인구 10만명당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한국은 2000년 6.4명에서 2010년 9.4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10년 만에 자살률 순위가 OECD 18위에서 5위로 껑충 올라갔다. 빠른 자살증가율을 감안할 때 아동청소년 자살률도 OECD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렇듯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하지만 자살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도 있는데 얼마나 살기 싫었으면 자살을 택할까. 무엇이 한국인들을 이렇듯 자살로 내몰고 있는가.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질병, 고독 등이 성인 자살의 원인이라면 성적, 가정불화, 교우관계 등이 아동청소년 자살의 원인이라고 한다. 성인 자살이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아동청소년 자살은 충동적인 측면이 강하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총체적 문제들이 한국인들의 자살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자살률은 한 나라의 사회적 건강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다. 따라서 자살자 수가 많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그의 ‘자살론’에서 사회통합이 잘되어 있지 않는 집단이 사회통합이 잘되어 있는 집단보다 자살률이 높다고 했다. 자살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단단히 통합되어 있지 못하고 분열과 갈등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에밀 뒤르켕에게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보여준다면 어떤 지적을 할까. 아마도 높은 자살률은 피할 수 없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할 것 같다.
사회통합은 긴밀한 인간관계와 심리적 소속감과 비례관계에 있다. 인간관계의 단절과 심리적 고립이 계속된다면 자살 행진은 결코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자살예방상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살의 기로에 서 있는 이들에게 가족, 친구, 이웃이 조그마한 관심과 지원을 보여주어도 자살의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국민행복시대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다. 37분마다 한 명씩 죽어나가는 세상을 과연 국민행복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질적 행복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이루어지지만, 정신적 행복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물질적 복지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정신적 복지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정신적 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한 걸음만 더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보자. 평소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을 둘러보고 따뜻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만 더 노력해보자. 관심과 사랑보다 더 위대한 복지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