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수법이 혀를 차게 한다. 탈루한 돈을 개인금고에 넣어 은닉하고, 골드바를 사서 숨겨 놓고, 심지어 20억원이나 되는 별장을 구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 액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국세청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소득 자영업자 439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2조4088억원을 추징했다고 한다. 올 상반기에만 벌써 442명으로부터 추징액이 2800억원을 넘는다. 의사, 변호사, 화가 등 고급인력이 숱하다.
치과의사 A 씨는 본인이 직접 환자를 보는 병원 외에 3개 치과를 고용의사 명의로 운영하며 소득을 교묘하게 분산시켰다. 그는 할인, 할부를 조건으로 임플란트 시술료 등을 현금으로 받았다. 돈은 직원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고 실제 기록은 창고에 숨겨놓았을 정도다. 추징 소득세와 과태료 등 10억원 이상을 추징당할 처지다.
성형외과 원장 B 씨는 현금수입을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에 입금하도록 했다. 전산 차트를 삭제해 과세자료를 없애고 실제 수입금액 기록은 USB에 별도 저장했다. 변호사 C씨는 고액의 성공보수를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 받아 수입금액 수십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한의사 D 씨는 현금을 개인금고에 저장하다 적발됐다. 화가 F 씨는 전시 작품을 현금 판매하고 소득신고를 누락했다. 탈루수법이 매우 교묘하고 지능적이다.
고소득 개인 사업 영역일수록 고액 탈루자가 유독 많다. 이들은 한결같이 현금 거래를 했으며 차명계좌를 많이 이용했다. 세원노출을 꺼려 아예 현금을 금고에 보관하기도 했다. 탈루에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 이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국세청은 탈루 적발에 가용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탈루는 조세정의에도 어긋나지만 소득 불균형, 국가재정 악화, 선량한 저소득자의 근로의욕 상실 등을 야기한다.
고소득 자영업자는 번만큼 세금을 낸다는 자세가 돼야 한다. 탈루는 본인들이 정직하지 않고서는 국세청이 아무리 나서도 한계가 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대상자 본인은 물론 관련인 등의 탈세행위에 대해서도 금융거래 추적조사, 거래상대방 확인 조사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탈루는 반드시 들통이 나고, 무섭게 처벌받는 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만 막아도 국가 재정에 수조원을 보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