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5일 칠레의 한 광산이 붕괴됐을 때 이 사건이 ‘세계적인 드라마’가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700m 아래에선 보름이 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생환의 기대를 접을 무렵, 사건 발생 17일 만에 구조대 드릴에 한 장의 메모가 달려왔다. “피신처에 있는 우리 33명 모두는 괜찮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붉은 펜으로 쓰인 이 쪽지는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69일간의 생존드라마’의 시작이었다. 17일 동안 그들을 버티게 한 것은 48시간마다 먹었던 참치 한 스푼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3년 전 이맘때인 10월 13일 구조가 시작됐고, 22시간 만에 33번째 마지막 광부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주아였다. ‘전사’란 별명이 붙은 그는 가라앉는 배의 선장처럼 침착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비극이 될 수 있었던 이 드라마는 전 세계 정상들의 축전 속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