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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로스쿨 졸업생들
심각한 것은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심각한 법조인 수급불안이 한때 ‘자유와 국민의 벗’에서 ‘흡혈귀’로 탈바꿈했던 제3의 로베스피에르를 낳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가 변호사 출신인거 아시죠. 이러다 무슨 일 날 것 같아요.”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이 첫 정기졸업생을 배출하기 직전인 지난해 초 일이다. 금융위원회 고위공무원으로 있다가 학교로 돌아갔던 한 지인은 모처럼만에 일행이 모인 만찬장소에서 난데없이 18세기 프랑스혁명가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을 꺼냈다.

“법조인이 되겠다고 3년간 등록금만 5000만원에 얼추 1억원을 들여 공부한 학생들이 취업 길이 막혀 있다면 이들이 과연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소송수행만 하면 되는 사건을 긁어모으는 생계형 변호사나 기획소송을 남발하는 변호사가 되겠지요. 그리고 이도 저도 안 되면 결국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어 “서울대 로스쿨 졸업자의 70%가, 서울 소재 로스쿨 졸업자의 50%가 취업이 확정됐고, 지방소재 로스쿨 졸업자는 이보다 더 취업률이 떨어진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었다.

우스갯소리로만 듣고 흘렸던 얘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는 최근 2012년 8월과 2013년 2월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률이 50.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졸업생 열 중 다섯 명만 직장을 구한 셈이다. 서울대 로스쿨 사정은 그나마 나은 것이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로스쿨 취업률은 경희대가 47.1%, 서강대가 46.3%, 이화여대가 43.5%, 중앙대가 31.0%로,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직장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로펌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신입사원 모집을 줄이고 있는 데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지난해 87.1%에서 올해 75.1%로 크게 낮아진 때문이다. 여기다 지난해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로스쿨 1기생들이 올해 취업전선에 재차 뛰어들면서 상대적으로 2기 졸업생의 취업률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어쨌든 심각한 것은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로펌의 신입사원 수요는 이미 2012년을 고비로 정체 중이다. 하지만 전국 25개 로스쿨은 지난해부터 매년 15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졸업 해에 취업하지 못하는 졸업생들은 직장을 찾기 위해 다음해 졸업생들과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사법시험에 십수년간 매달리는 ‘고시 낭인’ 을 없앨 의도로 만들어진 로스쿨 제도 역시 중대한 시험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러니한 것은 로스쿨의 입학경쟁률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마감한 2014학년도 전국 21개 로스쿨(건국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4개 대학은 경쟁률 미공개)의 경쟁률을 종합한 결과, 올해 경쟁률은 5.83 대 1로 지난해 4.3 대 1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1세기 한국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법조인 수급불안이 한때 ‘자유와 국민의 벗’에서 ‘흡혈귀’로 탈바꿈했던 제3의 로베스피에르를 낳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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