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외국기업 투자설명회가 무산되게 된 것은 매우 실망스런 일이다. 남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남쪽에 주재하는 외국기업들과 외국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개성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 간에 개성공단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 등 후속 협의가 지지부진해지자 통일부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북측에 연기를 제안한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자 이를 위해 협의해 온 제반 현안에 대해선 나 몰라라 식으로 임해왔다. 특히 남북은 지난 8월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과 인터넷, 휴대전화 연결 등을 논의하기 위한 ‘3통분과위원회’도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9월 25일에 갖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전에 돌연 무산시키더니 3통 분과위마저도 그 어떤 이유 하나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연기하자고 통보해 왔다.
북한은 나아가 3통 분과위 재개 촉구에 대해선 며칠째 입도 뻥긋 않더니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난데없이 대남 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일부 언론이 자신들의 ‘존엄’을 훼손한 데 따른 맞대응이라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앞뒤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통일부가 북한의 대남비방이 도를 넘었다며 북한에는 단 1명의 존엄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5000만의 존엄이 있다고 감정적으로 응수하게 된 것도 일을 뒤틀리게 하려는 저들이 바라는 바였을지 모른다. 개성공단의 진도를 고려해 감정대립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옳다.
북한의 이런 수작은 개성공단의 대외개방을 의미하는 국제화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자신이 없는 것이다. 이미 이런 프레임을 짜놓고 북측이 개성공단 재가동 협상에 임했다는 분석도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먹튀’ 전략에 우리가 휘말려 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는 북한의 입맛대로 공단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일을 막기 위한 수단이자 공단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북한으로서도 군사적 요충지에 자유분방한 외국기업까지 불러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투자설명회 무산은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일이다. 물론 해당 외국기업이나 투자업체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일이겠지만 큰 길을 가기 위한 하나의 진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기술적인 문제가 적지 않은 만큼 시간을 갖고 좀 더 체계 있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