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 미비를 질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삼성전자의 예를 들며 “올해 24조원 투자 계획 중 국내 투자는 10분의 1도 안 되는 2조25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기업이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렇다. 삼성전자의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 계획을 수립했지만 주요 투자처는 베트남을 비롯해 중국 미국 등 해외에 몰려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LG, 현대자동차 등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런 지적이 나온 것은 글로벌 투자의 의미와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여의치 않아 답답한 마음에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기업을 채근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여건이 성숙되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지갑을 여는 게 기업의 생리다. 기업을 탓하기 전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갈수록 메말라지고 있는 게 한국의 투자 환경이다.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났던 해외자본 유입은 정체되고, 국내 자본은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미 2005년부터 ‘투자 순유출’이 시작됐으며 그 규모는 올해까지 1232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신규 투자 10억원이면 12~15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순유출로 180만개의 일자리가 공중에 날아간 셈이 된다.
투자를 유인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규제완화다. 중국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외국 자본을 활발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가령 지난달 출범한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는 영리목적 교육기관, 외국자본 단독병원 등 금융 의료 교육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없앴다. 반면 우리의 인천 등 8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했지만 대부분 텅텅 비어 있다. 투자개방병원만 해도 법을 만든 지 10년이 넘었지만 말뚝도 박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정부 규제를 포함해 고용 탄력성 부족 등 경직된 노동시장 등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다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발상을 전환하지 않으면 영영 해소하지 못할 문제일 수도 있다. 정치권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투자 여건을 조금만 완화하려 해도 ‘대기업 특혜’라고 몰아붙이는 풍토에서 투자를 늘릴 기업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