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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국회를 ‘상상 감사’해보니
일반인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을 국정 과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자신의 그릇된 관행에 대해서도 스스로 통렬한 질타를 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지.


201X년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한민국 헌장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국회에 대한 국민감사다. 국회의원의 전횡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가 자의 반 타의 반 감사를 받기로 한 것이다. 반발도 거셌다. “표로 심판을 받는데 무슨 국민 감사냐. 국민의 대표를 죄인 취급하냐”라는 반발 속에 어렵게 성사된 국민감사. 그 가상 속기록 속으로 들어가보자.

# ‘○○상임위’에서는 ‘국회의원의 갑(甲)질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A 국민감사위원=A 의원님은 지난 9월 출판 기념회를 열었죠. 수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B 의원=책값 등 비용을 빼면 남는 건 얼마 없네요.

-A 위원=기업들에 초청장도 보냈죠. 상당수가 기업 관계자들이 낸 돈이라고 하던데요.

-B 의원=나중에 들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냈다고 합니다. 제가 의정활동을 잘했다고….

-A 위원=과연 그럴까요. 여기 녹취록이 있습니다. 국정감사에 증인채택될까봐, 밉보일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갔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요.

-B 의원=하여간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왜 나만 갖고 그럽니까. 다른 의원들도 다 그런데.

-A 위원=친척이 K 그룹에 임원으로 영입됐다는데, A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지요.

-B 의원=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들어갔습니다.

-A 위원=K 그룹은 A 의원 소관 상임위에 골치 아픈 이슈가 걸려있는데요.

-B 의원=어떻게 사심이 들어갑니까. 의원의 배지를 달았는데. 해당 기업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나만 공정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 비슷한 시간 또 다른 ‘XX상임위’. 이곳에는 국회의원의 세비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C 감사위원=국민 상당수가 의원님들이 놀고먹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회기 중 단 한 건도 법안발의를 하지 않는 분도 있는데요.

-D 의원=언론이 왜곡해서 그래요. 새벽부터 회의에도 행사에다, 24시간이 모자라요. ‘월화수목금금금’, 이게 바로 의원들의 실상입니다.

-C 위원=작년에도 세비를 15.7%나 올렸는데요.

-D 의원=그래서 올해는 동결을 추진하고 있잖아요. 보좌진 월급 주고, 이것저것 내고하면 남는 게 없어요.

-C 위원=스웨덴은 회기 중 출석하지 않으면 일당을 주지 않습니다. ‘셧다운’에 들어간 미국은 이 기간 중 세비를 반납키로 했는데요.

-D 의원=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 않나요. 국회의원 세비는 사실상 정액 연봉인데… 그럼 방학 때 교사들에게 왜 월급을 주나요.

-C 위원=불성실 의원들에게 벌칙을 주면은….

-D 의원=글쎄, 여(야)당이 반대해서….

일반인들이 흔히 갖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일부 ‘나쁜 느낌’을 정리해봤다. 물론 대부분 국회의원은 시간을 쪼개가며 제대로 된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을 국정 과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자신의 그릇된 관행에 대해서도 스스로 통렬한 질타를 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지. 

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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