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소신 리더십 지지도 높지만
포용·소통 부재로 독선 우려
지지층조차 걱정의 목소리
세종·메르켈 통합 리더십 배워야
취임 8개월을 맞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60%의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공약후퇴나 인사파동 등 악재가 많은데, 높은 지지를 받는 건 이례적이다. 핵심적인 이유를 눈여겨보면 북한관계, 국제 외교 등 대외적인 요인들이며 여기에서 보여준 원칙과 소신의 리더십이 작용한 것 같다. 아울러 경제와 국내외 정치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의 크다 보니, 출범한 지 얼마 안되는 대통령에 대해 기대하는 심리가 있고 야당 불신도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절제와 강한 리더십 이면에 숨어있는 대통령의 포용ㆍ소통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의 높은 지지가 독선으로 흘러 해악이 될까 걱정도 많이 한다.
지금 우리의 내외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많은 점수를 준 남북관계는 다시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외교관계도 친중반일(親中反日), 미일신밀월(美日新蜜月) 사이에서 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국내 문제는 박 대통령의 고질적인 인사문제, 공약후퇴, 경제회복, 일자리 창출과 이를 뒷받침해야 할 국회, 특히 대야당 관계 악화 등 곳곳에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속 분열의 정치를 해왔으며 사회 갈등은 커지고 있다. 이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며 그가 국가를 통합해 하나로 모으는 지도자가 되길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여성이 된 것은 미국에도 프랑스, 일본에도 없었다. 박 대통령이 정치인이었을 때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모습으로 국가 운영을 해주길 바라고 또 나라가 어려운 만큼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모두 원하고 있다. 그리고 새 여성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 대통합을 여러 번 강조해 기대가 컸다.
지금은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서조차도 걱정하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어느 순간에 지지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 핵심은 바로 소통의 부족이고 포용력의 부재이다.
정부 인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국무회의에서는 국정운영의 총론뿐만 아니라 각론까지 세세히 지시가 이루어져 장관들은 받아쓰기 바쁜 모습이다. 당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통령이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정부는 대통령만 쳐다본다는 것이다. 대선 때 약속했던 책임총리니 책임 장관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여당은 무기력하며 정치는 지난 정권 때 모습으로 돌아가 극한적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 대통령의 리더십이 존재하고 있다.
다난흥방(多難興邦)이라는 중국 고사가 있다. 국가에 어려움이 있을 때 국민이 분발해 오히려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뜻으로 국민의 힘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국가 지도자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국가가 갈라지고 국민은 희망을 잃어가는 지금 이러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독일 총리 메르켈처럼 통합의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서워 따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따르게 해야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세종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세종은 상호존중과 관용을 통해 민주적 토론과 협력적 파트너십을 재임 중 발휘했다. 신하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경연을 재위기간 중 무려 1898회 실시했다.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하도록 한 토론과정을 통해 국정과제를 설정했다. 훈민정음 창제 때 극렬히 반대했던 최만리 등과의 토론은 유명하다. 금세기 최고의 정치외교가로 추앙받는 저우언라이(周恩來)는 구동존이(求同存異ㆍ같은 것은 추구하되 다른 것은 존중한다)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좌우 포퓰리즘으로 인한 아나키(지도자의 부재)에 대한 경고가 늘고 있는 지금, 중용의 덕을 가진 민주적 지도자의 리더십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최상용 교수의 의견에 모든 정치인 특히 대통령은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헤럴드경제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