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완공예정인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핵심 부품인 제어케이블이 시험성적을 위조한 불량품으로 밝혀져 900여㎞를 걷어내고 새로 깔아야 할 판이다. 새 케이블은 외국업체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발주에서 설치와 시운전까지 마치려면 완공은 1~2년 더 늦어지게 됐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신고리 3, 4호기의 발전용량은 1기당 140만㎾다. 원전 2기의 준공이 1년 늦어지면 약 4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발전 단가가 3배가량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로 발전소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내년 여름에는 더 지독한 전력부족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력당국은 내년 여름철 설비용량은 8699만㎾, 최대전력 수요는 8032만㎾로 생각하고 있다. 예비전력은 667만㎾로 잡았다. 그런데 여기서 신고리 3호기 140만㎾를 빼면 예비전력이 527만㎾로 떨어진다. 만일 전력피크 시기에 원전 또는 화력발전기가 1기라도 고장이 나면 500만㎾ 미만으로 추락한다. 산업부가 내년 여름 전력수급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우려하는 까닭이다.
불량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은 문제의 신고리 3, 4호기 말고도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에 케이블 불량에도 연루된 바 있다. 모회사인 LS전선도 JS와 입찰가를 담합한 일이 있다. 한 기업의 불량한 양심이 온 나라를 전력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으며 수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것으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손해배상 청구 등 경제적 제재도 뒤따라야 한다. LS그룹에도 당연히 연대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모든 관급 입찰에서 영구 배제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
신고리 3, 4호기가 늦어지자 민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주장하지만 예정대로 추진하는 게 순리다.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을 내륙으로 보내는 송전 선로로 더 이상 공사가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신고리 3호기 보강 공사도 당겨질 수도 있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7일 국감에서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제어용 케이블 교체를 1년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 탓이 크다. ‘원전 마피아’라는 말이 나돌고 악취가 진동한 것이 언제 얘기인데 지금껏 제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불량 업체에 대한 제재와 함께 감독 당국에 대해서도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