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미 예고한대로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모두에 대해 수정 보완을 권고했다. 객관적 사실과 표기 및 표현의 오류, 서술상 불균형, 국가 정체성을 왜곡할 수 있는 내용 등 총 829곳을 다음달 1일까지 반영하라는 것이다. 합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따르지 않으면 수정 명령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집필자 모임은 지난달 이미 수정 보완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증폭될 전망이다.
역사는 개인의 철학과 이념에 따라 시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다양성은 존중돼야 한다. 역사 교과서의 체계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꾼 것도 역사 해석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한 취지였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 역사를 왜곡하거나 사실(史實)에 기반하지 않은 서술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교과서는 집필자의 주관적 역사관을 주장하는 학술서나 논문과는 다르다. 청소년에게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적 가치를 심어주는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 교과서에서 적지 않은 왜곡과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적시한 내용만 봐도 그렇다. 가령 남북 분단의 책임이 남쪽에 있는 것처럼 오인할 여지가 있거나, 경작권만 인정한 북한의 농지개혁을 마치 토지 무상분배인 양 표현한 대목 등은 사실과 맞지 않는 오류다. 또 고도성장과 경제개발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간단 언급으로 지나가면서 박정희정권의 독재는 상대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균형감을 잃은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도 집필진은 교육부 권고에 맞서 법적 투쟁도 불사한다는데, 그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다. 법원도 재작년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에 대한 교육부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라도 역사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국가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사관을 주입시키려 하지 말고, 제대로된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게 집필자의 소임이다.
허술한 교과서 검증체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어떻게 검증을 했길래 그토록 많은 오류와 왜곡이 걸러지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인원과 전문성을 대폭 보강하고,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검정기구 설치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이념과 정치성이 배제된 심의기준을 마련하고 철저히 준수해야 더 이상 ‘교과서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