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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북극항로 가치 확인한 시범운항 성공
한국 국적선으로선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던 현대글로비스의 스테나폴라리스호가 22일 무사히 광양항에 도착했다. 지난달 17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나프타 4만여t을 싣고 출항한 지 35일 만이다. 이번 운항의 성공은 ‘신해양 실크로드’로 불리는 북극항로 시대를 우리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극해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상업운송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북극권 개발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과시하는 계기도 됐다.

북극항로를 주목하는 것은 물론 경제성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스테나폴라리스가 운항한 경로만 봐도 그렇다. 인도양과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기존 아시아~유럽 항로를 이용했다면 항해 거리 2만2000㎞에 40일 이상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북극항로로 와보니 거리가 7000㎞ 이상 단축됐고, 시간도 5일가량 줄일 수 있었다. 절약된 기름값만으로도 통행료와 쇄빙선 이용료를 등을 제하고 남을 정도이니 경제적 가치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항해 관계자들은 얼어붙은 북극해 항로를 열어주는 쇄빙선 연결이 원활하지 못해 닷새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열흘 이상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 선사들이 ‘꿈의 항로’라고 할 만하다.

북극항로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이 항로가 활성화되면 입지적으로 유리한 우리의 주요 항만들이 국제 물류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은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다.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묻혀 있으며 러시아 영국 등 주변국들의 개발경쟁도 치열하다. 결국 이 자원들이 북극해 현지항만에서 베링해를 거쳐 아시아 쪽으로 실어낼 수밖에 없고 한국이 그 거점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일찌감치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유빙에 견디며 북극해를 다닐 수 있는 내빙(耐氷) 선박을 더 만들어야 한다. 일반 선박에 비해 건조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나 그 정도 투자는 감수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아라온호가 있지만 쇄빙선의 추가 건조 역시 시급하다. 지난 5월 영구 옵서버 자격을 획득한 북극이사회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키워야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다. 북극해 운항 허가권을 쥔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북극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기구 설치와 극지전문 해기사 등 전문 인력 육성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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