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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이민화> 창조경영은 ‘혁신 · 유지관리의 선순환’서 나온다
혁신위주 기업가정신은 반쪽경영
새가치 위해선 유지관리가 필수
혁신·효율 사이 황금비율 찾아
대립 넘어 태극의 조화 배워야


기업경영에서 혁신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혁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게 창조경영의 어려운 점이다. 혁신에 도전하는 경영을 바로 기업가적 경영이라고 정의하고, 기존의 운영(Operation) 위주의 경영과 차별화하고 있다. 그래서 스티븐슨과 티몬스 등은 ‘기업가정신이란 자원이 모자라더라도 기회를 포착하고 도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혁신 위주의 기업가정신 정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창업기업은 자원이 없어도 불확실한 기회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창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가정신은 지속가능한 혁신을 유지해야 한다. 도전이라는 단어에는 실패가 필연적으로 내재돼 있기에 혁신을 향한 모든 도전이 성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기업인이 계속 불확실한 혁신만 추구한다면, 카지노의 룰렛게임과 같이 언젠가는 빈털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기업가를 분석해보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모한 도전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물의 입체를 볼 때 밝음과 어둠이 있듯 지속가능한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은 유지관리(Operation)와 선순환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기업의 수익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구매, 생산, 품질, 영업의 유지관리 활동이다. 즉, 효율(Efficiency)이 유지관리의 중심 사상이다. 혁신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효율은 기존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을 한다.

유지관리(효율)만 잘하는 것과 혁신만 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이를 선순환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다. 최근 양손잡이 경영이론이 부각되는 이유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분리 경영하라는 양손잡이 경영도 한계가 명확하다. 유지관리에서 얻어진 이익의 일부를 혁신에 투입하고,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수익을 창출해 나가는 기업가적 활동은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기업의 혁신과 효율이 태극과 같이 선순환될 때 기업의 생명력이 발현된다. 선순환과정을 통해 생명이 창조ㆍ발현되는 모습이 바로 태극문양이다. 모든 생명의 발현과정을 보면 태극모양을 가진다. 콩이 싹트는 모양, 동물의 태아 모양이 모두 음양기운의 선순환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명현상의 비밀을 복잡계이론에서는 ‘생명은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혼돈도 질서도 아닌 그 가장자리에서 생명의 순환과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혁신과 효율 간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균형인 묘합(妙合)의 상태가 존재하게 된다.

과거 견제와 균형이라는 경영원칙에 의해 많은 부서들이 상호 대립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경영품질이 향상됐다. 그러나 부서 간 대립을 통한 단계별 검증전략은 시장진입속도(Time to Market) 지연 문제로 이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연구개발부서와 생산품질 부서가 단순한 대립을 넘어 혼화돼야 하는 것이다. 여러 조직들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미묘한 관계는 바로 기업가정신이 만들어내는 비밀의 생명현상이다. 기업이 창조적 도전의 결과인 실패를 통해 학습을 하고, 이를 공유해 나가는 학습조직이 돼야 하는 이유다.

모든 기업에는 혁신과 효율이 공존한다. 다만 그 비율이 다를 뿐이다. 지나친 혁신은 기업의 현금흐름을 위태롭게 하고 혼란에 빠뜨린다. 또 지나친 효율은 기업을 경직되게 하고 혁신능력을 떨어뜨려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기업가정신, 즉 창조경영은 혁신만을 추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혁신과 유지 관리를 선순환시키는 리더십’에 있는 것이다.

초기에 무극(無極) 형태의 조직이 없는 구조에서 양극(兩極)이 대립하는 구조로 기업은 발전했다. 그러나 순환하지 않고 대립하는 양극적 시각은 생명이 아직 없는 형태다. 극한 대립을 넘어 태극(太極)의 선순환을 이룩하는 기업가정신이 창조경영의 참모습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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