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대선 승복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당의 중진인 설훈 의원(3선)은 22일 긴급의총에서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이 됐지만 새로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 대선 자체가 심각한 부정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선거 결과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느냐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대선 부정행위를 너무 가볍게 봤다”며 “선거결과가 100만 표 차이로 진 게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어떻게 됐을지 새롭게 생각할 상황으로, 우리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긴가민가했던 대선 불복론이 민주당의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설 의원은 민주당을 대표하지 않을 뿐더러 일개 의원에 불과한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중진 의원 중의 한 명이다. 설 의원의 발언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누가 보더라도 액면 그대로 대선 불복이라는 과녁을 정조준했고 시위까지 당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날 하루 민주당 내에서 쏟아진 대선 관련 발언을 종합해 보면 설 의원의 발언은 결코 돌출 행동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지원 의원은 “국정원ㆍ보훈처, 군의 총체적 부정선거”라며 “선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했고, 박영선 의원은 “신관권부정선거라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사안의 본질은 유례없는 선거 부정사건과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해ㆍ외압일 뿐”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정세균 상임고문의 경우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선거가 분명한 만큼 당당하게 말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지도부가 군불을 지핀 꼴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곧바로 민주당은 대변인을 통해 “대선 불복과 연계시킨 발언이 아니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지난 대선에 대해 분명하게 승복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때마다 관련 발언이 아슬아슬할망정 불복이냐는 물음에는 손사래를 쳐온 게 사실이다. 이번 역시 따지고 보면 자신이 그은 선을 넘을 듯 말 듯 애매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억울하기에 민심의 반향을 툭 건드려 보자는 바를 이해 못할 것을바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명색이 공당이자 제1야당이다. 두말 필요없이 책무 또한 막중하다. 갈팡질팡할 것이라면 차라리 대선 승복이냐 불복이냐를 놓고 여론조사라도 해보길 권한다. 어떤 경우든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민주당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