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해묵은 대선모드에 갇히는 사이 국가경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3일 정부가 마련한 각종 경제 활성화대책 실행을 위한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미 발표한 각종 대책이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적장치가 필수인데 정책 따로 현장 따로 몇 달째 공회전이라는 지적이다. 정쟁만 있지 국정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은 100개가 넘는다. 경제가 회복돼야 최대 화두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지고 주요 국정과제도 원활하게 작동된다. 부동산 활성화나 투자촉진, 서비스 분야만 해도 다주택자 중과제도 폐지가 골자인 소득세법 개정안, 외국인 투자 시 증손회사의 최소 지분율을 100%에서 절반으로 완화하는 외국인투자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우선 급하다. 경제회복을 하겠다면 반드시 필요한 사안들이다.
이들 법안의 생명은 시의성이다. 시기를 놓치면 약발은 터무니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투법만 해도 그렇다. 투자자들은 우호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정쟁으로 난장을 치고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 대기업 배만 불린다는 단세포적인 발상이 존재하는 한 기꺼이 나설 리 만무한 것이다. 손자회사 보유지분율 완화와 관련된 외투법 개정을 애타게 기다리는 외국투자자금이 2조3000억원대에 이른다.
부동산 활성화는 이미 실기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 차일피일 변죽만 울린다. 거래부터 숨통을 틀려면 취득세 영구인하, 리모델링 수직증축허용,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선행돼야 하고, 특히 전세가 안정을 원한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로 보유 물량을 시중에 수월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기본원리인데 야당은 강남부자를 위한 법안이라며 억지다.
정쟁을 무조건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다. 필요하다면 해야 국정운영에 긴장감도 조성되고 또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도가 있다. 경제에 관한 한 정부ㆍ국회ㆍ경제계의 무한공조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기활성화에 매진하며 패권놀음까지 즐기려 든다. 며칠 전 국회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움을 피력하더니 이어 이제는 살려달라는 식의 읍소와 간청까지 내놓은 경제 수장의 딱한 처지를 정치권은 제대로 헤아려주기 바란다. 국회가 법안을 낮잠 재우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