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추천위원회가 김진태 전 대검 차장 등 4명을 후보군으로 압축, 법무장관에게 추천했다. 이로써 공석 중인 검찰총장은 이르면 이달 중 임명될 전망이다. 이들 가운데 누가 발탁돼 혼란에 빠진 검찰을 바로 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새 수장은 역대 어느 총장보다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검찰 간부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사생결단의 설전을 벌일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들로부터 멀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총장은 두터운 신망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신망은 철저한 자기관리의 산물이다. 채동욱 전 총장이 고급 술집에 드나들고, 혼외 아들 의혹에 휩싸인 것은 결국 자기관리를 못했다는 증거다.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물러난 김학의 전 법무차관도 마찬가지다. 돈 문제, 이성문제, 이념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능력도 리더십도 의미가 없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은 개혁의지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사팀장인 지휘자를 공격한 사건은 검찰조직이 와해됐다는 피할 수 없는 증거다. 개혁을 통해 실종된 상하 간에 업무질서와 인간적인 존경, 예의를 되찾고 바로세워야 한다. 일부 검사의 도덕적 일탈과 내 식구 감싸기 등 잘못된 관행들 역시 개혁의 대상이다. 총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사안들이다.
정치적 중립은 신임 총장의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이 새로운 권력의 편에 선다는 것은 이제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정치권도 검찰을 이용하고, 검찰도 정치권에 기웃거려 뭔가 챙겨보려고 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더 이상 보여선 안 된다. ‘정치검찰’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지지 않고, 툭하면 정치권이 검찰을 흔드는 것은 스스로 자초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국정원 댓글의혹 수사에 대해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증거다.
새 총장의 또 다른 과제는 검찰 안에 존재하는 파벌을 뽑아내는 것이다. 가장 먼저 없앨 것은 검찰 내 양대 세력이라는 공안과 특수부 인맥 간 세력 갈등이다. 한상대 전 총장이 검란으로 물러났을 때도 공안부, 특수부가 입방아에 올랐다. 학연과 지연, 인맥도 검찰을 오염시킨다. 이런 구시대적 산물은 검찰 개혁에 큰 장애물이다. 신임 총장이 파벌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개혁은 어림도 없다. 학연 지연 파벌은 나라를 망치는 요인이다. 검찰도 여기에 발목을 잡히면 신뢰회복도 개혁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