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동촌 KPGA 선수권대회 연장전에서 약간 더 긴 거리 퍼팅을 남겨두었던 김형태가 먼저 버디에 성공하자, 긴장한 이상희의 퍼터를 떠난 볼은 홀컵을 빗나가고 만다. 김형태의 우승은 경쟁자와의 멘탈 싸움에서 이긴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프로야구 감독이었던 백인천은 스스로 외부 요인들을 제어하고 내부 역량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한다. 고참 프로골퍼 강욱순도 선수 혼자 훈련하고 절제된 생활로 자기관리를 한다는 점을 들어 백 전 감독의 지론에 동의한다.

경쟁자와의 멘탈 싸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두 개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끝날까. 아니다. 이젠 ‘자연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우승컵이 보인다. 29일 시작되는 ‘헤럴드-KYJ 투어 챔피언십’은 ‘코스 환경과의 전쟁’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울 것이다.


코스설계의 명장 로버트 트랜트 존스가 최고 지성과 지혜를 농축시킨 롯데스카이힐 제주의 힐 코스 1번 ‘벙커 장터’를 어렵게 지나면, 3번홀부터 왼쪽으로 경사진 페어웨이를 오른편 공략으로 쉼없이 헤쳐가야 한다. 6번 그린은 한라산 착시가 심하고, 8번 파4 ‘몬스터 홀’은 그린 ‘ㄱ’자 해저드 때문에 8오버파의 불명예가 기록된 곳이다.

홀들은 ‘내가 가려운 바로 그곳을 긁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주최 측은 “프로선수라면, 코스가 요구하는 구역에 충분히 공을 보낼 수 있는 만큼, 지혜의 경영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선수들이 그간 경쟁자와 비교하며 부족한 기량을 채우고, 자기 관리에 매진했다면, 헤럴드와 롯데스카이힐 등이 함께할 이번 대회에서는 ‘자연과의 상호작용’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