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우석대 교수) 씨가 28일 전주지법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만장일치의 무죄평결을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평결 일부에 대해 견해가 다르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국민배심원의 평결을 재판부가 따르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안 씨는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가 도난 문화재인 안중근 의사 유묵을 소장했다”는 등의 글을 트위터에 17차례 올리는 등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차후 어떤 판결이 나올지 지켜보겠지만 안 씨의 주장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 지나친 사실관계 왜곡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일반의 정서를 재판부가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행법상 배심원의 평결을 재판부가 수용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전문성을 가미한 보다 합리적인 평결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일반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 지나치게 괴리된 평결이라면 판결보류는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재판이 바로 그런 경우다. 먼저, 재판이 열린 지역은 민주당 문 후보가 86.25%를 얻은 곳인데다, 안 씨는 문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맹활약했다. 배심원 전원 무죄평결은 예정된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상대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지역에서 열렸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느냐는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또 하나, 문재인 의원은 이날 공판장에 나타나 안 씨가 지금의 곤경에 처한 것은 자신의 탓이라며 각별히 두둔하고 검찰을 질타하기까지 했다. 문 의원은 “국가 기관들의 용납할 수 없는 조직적인 선거범죄 행위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비판적 입장에 섰던 사람들에 대해 마구 선거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옹졸한 처사”라고 했다. 다분히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주기 위한 언행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 24일 ‘나꼼수’멤버인 김어준ㆍ주진우 씨의 대선 관련 같은 유형의 재판 역시 무죄평결이었고 재판부는 이를 따랐다. 그러나 막판에 피고 측의 감성적 호소가 배심원들을 움직인 게 사실이면 뒤끝은 더 개운치 않다. 검찰이 항소해 상급심 판결을 받을 사안이다. 전관예우나 무전유죄ㆍ유전무죄 등의 사회 불신을 걷어내고 대신 국민의 상식ㆍ의견을 반영하자는 취지의 국민참여재판에 한계가 있다면 바로잡는 게 순리다. 더구나 정치적 민감사안을 국민배심원에 맡기는 것은 우리 정치지형 상 시기상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