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권 심판론’ 호응도 미미
지도부-親盧 전략 재조율 필요
새누리는 권력지형 대변화 예고
재보선이 선거 같지도 않게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통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강세인 정당의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저조하고 그래서 이른바 조직들이 힘을 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야당의 전략도 그다지 유효했다고 보기 힘들다.
야권은 이번 재보선에서 국정원과 국방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대대적으로 들고 나와 정권 심판론으로 치르려고 했지만 실제 그 호응도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호응도가 미미했다는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3% 빠져 5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주로 기초연금 등 공약 불이행과 복지 문제였다. 이 부분을 부정적 평가 이유로 든 이들이 36%를 차지한 반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부정적 평가의 이유로 꼽은 이는 10%에 불과했다.
반면 야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5% 선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는 분명 야권의 프레임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만일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 혹은 대선부정 프레임이 먹혔다면 “집 나간 23%”가 다시 야당으로 돌아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 중 남아있는 21~25%를 제외하고 나머지 야당 지지자들은 아직도 민주당의 프레임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이 헛다리를 집어 재보선의 모토로 정권 심판론을 택했으니 선거가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이번 재보선은 시작부터 이변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재보선은 최소한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서청원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의 등장은 일단 김무성 의원의 견제라는 뜻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친정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등장은 좋은 말로 하자면 원활한 당청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칫 새누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킬 위험도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떨까? 이론적으로 보자면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나올 수 없다. 애초부터 이기기 힘든 곳에서만 재보선이 치러졌다. 하지만 만일 두 지역 모두에서 큰 표 차로 지게 된다면 당연히 친노세력은 책임론을 거세게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지느냐도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의 주장이 대선불복이든 아니든 간에 국민들은 왜 민주당의 주장에 시큰둥하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친노들은 이 부분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친노들은 아직도 이런 고민을 별로 하는 것 같지 않다. 지난 28일에 있었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공동 선언을 봐도 그렇다. 갑자기 이들은 내각 총 사퇴와 청와대 개편을 주장하고 나왔다. 이걸 보면서 이들 친노 초선 의원들의 정치적 감각이 문제인 건지, 아니면 독선에 빠져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지도부도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 문제는 친노들의 이런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NLL 문제부터 시작해서 대선 부정의혹 문제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접근할라치면 친노는 반드시 등장해서 문제를 오히려 불리하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 현상이 유지되는 한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르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선거는 이겨야 한다. 하지만 선거는 다음번의 승리를 위한 반면교사적인 역할도 한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어떤 계기로 만들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도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