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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투자 여건부터 만들라는 불만 새겨들어야
29일 열린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과의 간담회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규제 때문에 투자를 꺼린다는 기업들의 노골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모임은 부진한 기업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장관도 투자와 고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몇 차례나 당부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조속한 경제민주화 마무리와 노동 환경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부터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고, 그 강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투자만 강조할 게 아니라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올 들어 기업 투자는 ‘지지부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미흡하다. 3분기까지 30대 그룹의 투자는 149조원가량 계획됐지만 집행된 것은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라면 연말까지 9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0대 그룹 총수를 만나 투자를 호소했지만 결국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투자 부진의 원인은 두말할 것 없이 규제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어 규제완화에 대한 약속을 수없이 많이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엊그제만 해도 기업가정신주간 개막 메시지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 투자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강한 생태계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윤 장관과 함께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등 규제 관련 부처 차관들도 참석한 것도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인 셈이다.

규제완화를 천명하지 않은 정권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늘 거꾸로다. 현 정부 들어서도 규제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공포된 규제만 172건에 이른다. 사흘에 한 건씩 새로 규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도 기업 투자가 부진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과 원화가치 절상, 여전히 불투명한 경제 상황 등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규제만큼 그 강도가 강하진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규제에 대한 불만이 폭포수처럼 쏟아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기 대비 1%대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경기 회복의 징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른바 삼성과 현대차 효과로 인한 착시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비로소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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