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로마올림픽, 42.195㎞의 대장정의 결승점에 선두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마라톤에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흑인선수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난공불락인 2시간20분 벽을 훌쩍 깬 2시간15분16초의 기록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맨발이었다.
4년 뒤 또다시 세상은 놀랐다. 몇 주 전 충수염 수술을 받고 출전한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올림픽 기록을 3분이나 단축시킨 2시간12분11초의 기록으로 올림픽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그의 드라마는 이어졌다. 하반신이 마비되는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멀쩡한 두 팔’로 장애인 양궁, 탁구, 눈썰매 대회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나는 다만 달릴 뿐이다. 나는 남과 경쟁해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언제나 생각한다.” 41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뜰 때까지 아베베는 맨발로 끊임없이 삶을 질주했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