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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대한민국 국민들, 행복하십니까
국민 행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규제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이끌어낸다.


제2의 한강 기적으로 경제 부흥을 이루고 문화 융성으로 국민 행복을 이루겠다.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국민행복시대의 청사진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말이다.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사전에 정의돼 있는데,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녹색성장시대,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 등 이전 정권의 비전에 비해 국민행복시대는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과연 행복할까.

세계적 투자회사인 메릴린치에서 파생금융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다가 ‘합법적 도박판’에 회의를 느껴 퇴사 후 10년간 100개국을 여행한 메자키 마사아키(目崎雅昭)가 쓴 ‘국가는 부유한데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원제 ‘행복도상국 일본’)라는 책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행복도상국’인 한국의 민낯이 분석돼 있다. 후배 기자가 최근 일본 게이오대학교에서 연수하면서 번역한 이 책은 행복 국가의 조건을 분석하고 개인과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행복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후 등 자연환경을 비롯해 소득 격차, 고용, 자살률과 출산율, 종교 등 다양하다. 자살률이 낮다고 반드시 행복지수가 높지는 않지만, 자살률이 높은 나라 중 행복지수가 높은 곳은 없다. 하지만 이들 요소는 국가의 행복지수와 절대적인 상관관계는 가지지 않는다. 메자키 씨는 행복 수준과 제일 밀접한 지표는 ‘사회적 관대함’이라고 말한다. 여성이나 성 소수자 등에게도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나라가 대부분 행복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사실 저자는 부자 나라이면서도 국민들은 별로 행복하지 못한 일본을 진단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데 한국도 일본과 닮은꼴이다. 높은 자살률, 권위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분위기, ‘예스맨’을 선호하는 몰개성 사회, 소수자에 대한 미흡한 배려, 소통과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화 등은 한국을 행복 후진국에 머물게 한다.

여군 장교가 상사의 성추행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은 여성 대통령 시대에도 여전히 배려받지 못하는 여성의 현실을 웅변한다. 진영 논리와 집단주의에 빠져 벼랑 끝 대치를 계속하는 정치권은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도 행복의 길에서 엇나가는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보다 정부가 윽박지르면서 몰고 가려 한다. 무상급식 등 표를 의식한 살포식 복지정책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약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줄이는 역효과를 낳는다.

국민 행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사회의 자율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개인의 행복을 이끌어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는 “한 사회의 발전은 개인의 선택 자유가 넓어짐을 의미한다. 풍요로움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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