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I 27위·수출 7위·무역 1조弗
이례적 성장 불구 양극화 못막아
경제민주화 짐 떠안은 새정부
경기침체 새로운 활력소 찾아야
이명박정부가 물러나고 박근혜의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8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선공약 논쟁, 국정원 댓글 논쟁, 정상회담 대화록 공방 등 아직도 작년 대선의 연장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과거 정부의 정책성과를 단순 비교하는 일방적인 주장들이 나옴으로써 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어떤 정권이든 공과 함께 과가 있으므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공과를 따져 새 정부에서 잘된 정책은 계속 답습하고 미진한 정책은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부정책 평가에는 가치판단, 역사적 판단 등이 들어가므로 비교적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경제정책 평가에 한정해서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비교해 보자.
세계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가 연속 발생하면서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국면에 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빠르게 극복하여 ‘글로벌 위기극복의 모범국’이 되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 5년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8%)보다 높은 성장률(4.3%)을 보여 예년의 격차를 유지했으나,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OECD 평균(0.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률(2.9%)을 기록해 격차를 한층 벌렸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당수 국가의 국민소득이 뒷걸음질치면서 우리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7년 세계 43위에서 2012년 27위로 순위가 급등했다.
교역 측면에서 보면 2007년 세계 12위였던 수출 규모는 2012년 이탈리아를 뛰어넘어 7위로 발돋움했고 사상 최대의 경상흑자를 달성했다. 글로벌 교역 둔화추세에도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세계 교역규모 순위가 8위로 도약했다. 물가상승률은 이명박 정부가 0.4% 높지만 국제유가, 국제곡물가 등의 급등을 감안하면 선방해 세계경제 물가와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추세에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우리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 재진입한 데 이어 2012년에 인구 5000만명을 돌파하여 세계에서 7번째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으로는 최초로 ‘20-50 클럽’에 가입했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명실상부하게 규모 확충과 질적 향상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괄목할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에서 제일 미진한 부문은 양극화의 확대를 막지 못함으로써 경제민주화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원래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에 감세 정책과 규제완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친시장정책’을 펼쳤으나,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의 골이 심화되자 상생의 차원에서 동반성장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친서민정책’을 표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법인세 인하, 규제완화 등 ‘친시장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이명박 정부는 양극화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새 정부 들어서 작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불어 닥친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법들의 개정에 모든 정치권이 맞장구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기침체 속에 물가도 낮아지는 장기 디플레이션 초입에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 활성화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부실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은 필요하지만 맹목적인 경제민주화는 자제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함으로써 양극화 문제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