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재보궐 선거 결과 새누리당의 서청원(경기화성갑), 박명재(경북 포항남ㆍ울릉) 후보가 야당 후보들을 압도적 표차로 꺾었다. 승패가 너무 확연해 여당 완승, 야당 참패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재보선에 이어 이번에도 단 한 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함으로써 제1야당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번 재보선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치국면 와중에 치러졌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풍향에 큰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력 부재로 위기에 빠졌던 새누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크게 회복할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원조친박계’의 맏형인 서 의원이 7선으로 국회입성에 성공함으로써 정치적 역할에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당내 역학구도 재편은 물론이고 대야관계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은 새누리당이 승리에 도취할 처지가 못 된다. 서 의원은 당선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했지만 그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칫 무리수 행보를 둘 경우 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지 모른다. 당장 당내 세력재편이 순탄할지 의문이다. 당의 실질적인 구심점으로 떠오른 김무성 의원과의 관계설정이 난제이자 무거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사분오열한다면 민심이 완전히 등 돌리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포식자의 자만과 여유다. 수도권까지 낙승한 것은 새누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이 워낙 잘못한 결과일 뿐이다. 정치력 회복이 급선무다. 야당이 어떻게 할지는 결국 여당하기에 달린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 협조 없이는 그 무엇도 해내지 못하는 정치구도다. 여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총리와 부총리, 장관들도 민생 활력 회복에 필요하다면 야당의원들과 각별히 접촉해 협조를 구하고 국민에 더 다가가 설득하는 자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지금은 민주당이 죄 지은 심정으로 반성할 때다. 강경투쟁 일변도와 과거 지향적 레퍼토리가 선거에 얼마나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상식에 문제가 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선거라는 인식은 더 위험하다. 지고도 여전히 매파들은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힌 지도부를 질타한다. 초선들은 패배가 눈앞인데 내각 총사퇴라는 초강경 성명을 냈지만 반쪽에 그쳤다고 한다. 지나친 표현을 두고 강온 세력 간 의견대립이 컸던 모양이다. 정치를 복원하고 민심을 헤아리지 않으면 수권야당의 길은 요원하다.